정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석(55)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건국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미국으로 유학해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 현대시멘트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정 회장은 1986년 현대종합금속으로 옮겨 전무를 지냈고, 30세 때인 1988년 각자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뒤를 이을 성우그룹의 적통으로 큰아들 몽선(59) 씨를 일찌감치 낙점했다. 몽선 씨가 그룹의 모태인 현대시멘트 사장에 오른 때가 1987년이다. 1년 뒤에 차남을 현대종합금속 사장으로 앉힌 것은 되짚어보면 한시라도 빨리 후계구도에 명확한 선을 긋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정 명예회장은 성우그룹이 출범한 1990년에는 현대종합금속 각자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부친으로부터 현대종합금속을 물려받은 정 회장은 한때 시멘트를 실어 나르던 성우그룹 물류업체 현대종합상운(성우오토모티브에 흡수합병) 사장을 겸직한 뒤 1994년 현대종합금속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성우그룹이 2세 승계를 완료한 1997년에는 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기업들의 한 해 결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종종 배당부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자신의 몫으로 현대종합금속을 넘겨받은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정 회장에게 있어 현대종합금속은 재산 증식에 관한 한 끊임없이 샘솟는 샘물과 같은 존재다.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는 정 회장이 2001년 이후 받은 배당금만 해도 7차례에 걸쳐 900억원에 달한다. 한 해 배당수익이 560억원이나 되던 때도 있었다.
샘물은 앞으로도 웬만해선 마를 성 싶지도 않다. 연간 매출 6000억원(연결) 규모의 국내 최대 선박용 용접재료 생산업체라는 안정적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관계 때문이다. 혈연으로 얽힌 세계 1위의 조선사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만큼 현대종합금속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그리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2000억원대의 풍부한 범현대가 주식도 든든한 자산이다.
정 회장은 ‘딸바보’라 불릴만하다. 부인 안정해(52) 씨와의 사이에 두 딸 정은(23)·주은(18) 씨를 두고 있는 정 회장은 일찌감치 딸들 몫으로 회사를 하나 차려줬다. 현대종합금속의 물류를 담당하는 글로빌프로세스다. 두 딸들이 지분 각각 50%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종합금속은 끊임없이 일감을 줘 글로빌프로세스를 살찌우고 있다. 정 회장이 후계 승계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정 회장은 대외 노출이 뜸한 편이다. 경영일선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것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종합금속의 각자대표에서 물러난 뒤로는 부인과 함께 등기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려놓고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있다. 현 대표이사는 올 3월 선임된 김상록(60) 사장이다. 경북대 금속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입사해 현대종합금속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 회장은 글로벌프로세스의 경영 전면에 반짝 등장한 적이 있다. 2010년 8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2개월 만에 물러났다. 지금은 김대용(55)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김 사장은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녹십자의료공업을 거쳐 오랜 기간 현대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옛 현대택배)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올 2월 대표이사로 영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