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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버팀목=해외시장'이 흔들린다?

  • 2013.08.05(월) 14:48

해외 생산·판매 비중 50%대로 낮아져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 하반기에도 국내부문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에서 품질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시장이 현대차그룹 실적을 지탱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 생산·판매 비중을 늘려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대차의 해외생산·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추세상 하향세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현대차도 함께 부진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해외가 살아야 현대차도 산다

지난 2011년부터 현대차는 '제 값 받기'선언을 했다. 그동안 추구했던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현대차는 이때부터 해외 생산·판매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미국, 중국, 유럽, 인도, 터키 등에 해외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가 던진 승부수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에 판매하는 것보다 원가가 훨씬 절감됐다.

[베이징현대 2공장 모습. 현대차는 해외 공장 생산·판매 확대를 통해 글로벌 메이커로의 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라는 현대차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기반한 현지형 차량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현대차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가 깡통차'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의 직격탄을 맞을 때도 현대차는 고속질주했다. 그 덕에 현대차는 작년 BMW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영업이익률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에게 해외 시장은 본격적인 글로벌 메이커로의 도약을 가능케한 주춧돌이 됐다.

◇ 감소하는 해외 생산·판매

하지만 올해들어 해외시장에서 이상 징후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상향곡선을 그리던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의 월별 전체 판매대수 대비 해외 생산·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월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은 61.1%였다. 이는 점점 상승해 지난 3월에는 63.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월부터 조금씩 하향 커브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지난 6월에는 50%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7월에는 57.7%까지 내려갔다. 분기별로도 1분기 해외 생산·판매 비중은 61.9%였다. 하지만 2분기에는 61.0%로 감소했다.


현대차의 실적과 해외 생산·판매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5.8%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7.7%, 7.5% 줄었다. 실속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원인은 해외에 있었다. 상반기 현대차 해외공장의 실적을 살펴보면 미국, 중국, 터키를 제외한 인도, 체코, 러시아 공장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모두 감소했다. 인도, 체코.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가 늘 승승장구하던 곳이다.

인도와 러시아는 현대차가 수입차 1위를 하던 곳이다. 체코공장은 유럽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다. 하지만 이들 시장이 경기침체로 수요가 부진해지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현대차의 실적에 반영됐다.

◇ "위기조짐" VS. "일시적 현상"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 시장이 버팀목이었던 만큼 해외 시장의 수요 감소와 현대차 해외 공장의 판매 부진은 곧장 현대차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 대해서는 전년대비 산업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전년대비 1.6%포인트 낮은 1348만대로 전망했다. 미국도 출구전략이 현실화되면 산업수요는 전년대비로는 늘어나겠지만 상반기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봤다. 신흥국들도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해외 비중이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에서 지역별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은 현대차에게 큰 악재"라며 "정몽구 회장이 각 해외시장별로 시나리오 대응을 주문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의 해외 생산·판매 감소는 현지 공장의 하계 휴가 등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의 해외 생산·판매는 이미 일정 궤도에 올라선 상황이어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의 해외 판매비중 감소는 각 공장별 라인조정 및 하계 휴가 등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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