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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현대차]②구멍 뚫린 '품질 경영'

  • 2013.09.26(목) 13:11

품질 결함 사태 잇따라 터져..대규모 리콜도
시장 변화에 맞는 '新 품질 경영' 개념 확립 필요

현대차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제자리 걸음이다. 경쟁자들은 지난 2~3년간의 부진을 털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매년 이어지는 노조의 파업에 신음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들의 공세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현대차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내부의 적 '노조'
②구멍 뚫린 품질경영
③수입차, 칼끝을 겨누다
④강자들이 돌아온다
⑤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2010년 1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은 연초부터 들떴다. 미국의 유력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집중 조명한 기사를 내보내서다.

포춘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극찬했다. 이례적으로 정 회장의 사진을 크게 실으며 그의 품질 경영이 현대차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거짓말처럼 현대차는 그해부터 승승장구했다. 정 회장이 오랜 기간 강조해왔던 '품질 경영'은 만개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그토록 강조했던 품질 경영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일명 '수타페'사건을 겪으며 곤욕을 치렀다. 유례없는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품질 경영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브루몽의 악몽'이 준 교훈

정몽구 회장은 '품질'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부르몽의 악몽' 때문이다. 현대차는 89년 캐나다 퀘백주 부르몽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열었다. 본격적인 해외 공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현대차 부르몽 공장은 연산 10만대 수준이었다. 신차였던 '쏘나타Ⅱ'를 생산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캐나다 부르몽에서 생산한 쏘나타는 2만5000대에 불과했다. 품질 결함에 서비스마저 미비했던 탓에 팔리지 않은 것이다.

▲ 지난 2010년 1월 미국의 경제 종합지 '포춘(Fortune)'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과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현대차를 집중조명했다. 정 회장이 품질경영에 전력투구했던 것은 지난 89년 첫 해외 생산기지였던 캐나다 부르몽 공장의 실패 때 얻은 교훈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품질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현대차의 쏘나타는 캐나다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조롱거리였다. 결국 현대차는 4년만에 첫 해외 공장에서 철수했다. 정 회장은 그때 '품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 '품질'에 '올인'한 이유다.

부르몽에서 현대차가 입은 타격은 컸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소비자들도 '현대차=깡통차'로 인식했다. 현대차는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그리고 현대차는 부르몽 공장 철수 17년만에 글로벌 4위 업체로 성장했다.

◇ 연이어 터지는 '품질 누수'

현대차가 '부르몽의 악몽'을 딛고 성공할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품질'이었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파격적인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가격대비 높은 품질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도 현대차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마침내 현대차는 지난 2011년 '질적 성장'을 기반으로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질적 성장 선언 2년만인 올해 현대차의 품질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국내 시장에 출시한 신형 싼타페에 누수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볼륨 모델인 아반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물이 새는 싼타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타페'로 불렸다.


▲ 현대차는 올해 싼타페 누수 현상으로 품질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어 아반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됐고 미국과 캐나다, 국내 시장 등에서 대규모 리콜을 단행하는 등 품질 경영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결국 현대차는 수타페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울러 싼타페의 무상수리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반떼마저 엔진룸 물 유입 현상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결국 누수 관련 차량에 대해 '평생 보증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창사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단행했다. 미국, 캐나다, 국내 등에서 총 239만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23만9000대를 리콜했다. 이달에도 41만6343대 리콜을 결정했다.

◇ '품질 경영' 새 돌파구 마련해야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라 터지는 현대차의 품질 누수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아젠다로 내세웠던 '품질 경영'의 동력이 소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품질 경영'은 정몽구 회장이 오랜 세월 직접 주도했던 현대차의 절대 가치다. 그가 신차 출시 전에 직접 시승해보고 문제점을 지적·수정했던 수많은 일화들은 현대차가 얼마나 품질에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규모'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규모를 확장하면서 그에 걸맞는 품질을 담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벤츠, BMW, 폭스바겐, 도요타 등의 한정된 메이커들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현대차로서는 규모와 품질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기는 버거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가격대비 좋은 품질'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왔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선언한 만큼 품질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연산 700만대 생산에 급급하다보니 세세한 면까지 체크하지 못했다"며 "품질 경영은 이런 세세한 면에서부터 완성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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