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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현대차]③수입차, 칼끝을 겨누다

  • 2013.09.27(금) 15:10

수입차 판매량 매월 '급증'..현대차는 '주춤'
마케팅 전략 수정했지만 효과는 미미

현대차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제자리 걸음이다. 경쟁자들은 지난 2~3년간의 부진을 털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매년 이어지는 노조의 파업에 신음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들의 공세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현대차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내부의 적 '노조'
②구멍 뚫린 품질경영
③수입차, 칼끝을 겨누다
④강자들이 돌아온다
⑤이대로는 안된다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게 내수 시장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내수 시장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동안 큰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든든한 내수 시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초석이 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 내수 시장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수입차들이 현대차의 독주를 견제하며 점유율을 점점 높이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앞세워 수입차 업체들은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

◇ 수입차의 무서운 질주

국내 시장에 수입차가 허용된 것은 지난 87년이다. 16년 전 국내 수입차 시장은 황량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공식적으로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94년의 연간 판매량이 3865대였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국산차에 대한 로열티는 높았다.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외면했던 것은 로열티 뿐만은 아니었다. 자동차 구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는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수입차 활황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 상반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톱10. 지난 87년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수입차 판매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작년에는 마침내 내수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다. 지난 2002년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의 성장성을 눈여겨 본 글로벌 메이커들이 대거 국내 시장에 입점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늘어나는 소득수준에 비례해 소비자들도 '나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수입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이후 매년 1만대씩 판매량이 증가한 수입차는 급기야 작년 13만대를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추세가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19.7% 증가한 7만4487대를 기록했다. 역시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 현대차 "수입차의 성장세 두렵다"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시장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이 오르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량 급증 현상을 두고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어느새 수입차는 현대차를 맹추격하는 지위까지 올라섰다. 물론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차와 수입차의 격차는 매우 크다.

하지만 수입차의 성장 속도는 현대차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대비 0.7% 감소한 32만5518대를 판매했다. 반면, 수입차는 같은 기간 전년대비 19.7% 증가한 7만4487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의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은 48.1%였다. 수입차의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은 11.88%를 나타냈다. 여전히 현대차가 크게 앞선다. 그러나 현대차의 점유율이 지지부진한 반면 수입차는 계속 상승세다.

이런 추세로 계속 간다면 머지 않아 수입차가 현대차를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수입차 업체들은 한·미 FTA, 한·EU FTA 등 호재가 많다. 또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무기로 내세울만한 여건도 마련돼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점점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수입차가 FTA 효과로 가격을 내릴수록 현대차의 판매량은 타격을 입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같은 값이면 수입차'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현대차에겐 악재다.

◇ "마케팅 전략 수정했지만…"

수입차가 이처럼 승승장구하자 현대차는 최근 마케팅전략 변경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 수입차 판매 확대의 주요인이었던 대대적인 가격 할인 전략을 도입했다. 또 볼륨 모델인 아반떼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다. 해치백 모델도 확대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판매량은 마케팅 전략 변화에도 불구, 신통치 않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한달간 내수 시장 판매가 전월비 19.6% 감소했다. 승용차는 8.8%, SUV는 39.3%나 줄었다. 
 
비록 노조의 파업에 따른 영향이 가장 컸지만 수입차에게 고객을 빼앗긴 것도 현대차의 판매 실적 하락에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 현대차는 최근 수입차의 공세에 맞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가격 할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과 고객 이탈 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8월에는 수입차 판매량도 전월대비 6.9% 감소했다. 현대차와 수입차 모두 판매가 감소했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대차는 파업 등으로 고객들이 이탈한 것인 반면, 수입차는 공급이 달려 판매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입차는 지난 8월 판매 감소에도 불구, 올해 누적 판매는 불과 8개월만에 10만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보다 2개월 빠른 기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이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더 이상 독립적인 섹터가 아니다"라며 "이런 추세로 판매량이 늘어간다면 현대차, 기아차를 본격적으로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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