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업계의 경우 그 긴장도는 더욱 높다.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마당에 전기료까지 오르게 되면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어서다.
◇ 업계 "업황부진에 전기료 인상까지"
"죽으라는 겁니다. 가뜩이나 업황이 안좋아서 죽기 직전인데 전기료까지 올리면 기업하지 말라는 거죠."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방침 소식에 목소리를 높였다. 철강업종은 전기를 많이 쓰는 대표적인 곳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 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철을 전기로에 녹여 제품을 생산한다.
전기로 비중이 전체 생산의 50%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기요금으로만 8078억원을 납부했다. 현대제철의 작년 영업이익이 870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해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만큼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 철강업체들에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다. 특히 전기로에서 쇳물을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실적 하락의 주원인이 된다. |
현대제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를 덜 쓰는 포스코도 작년 한해동안 전기요금으로 6785억원을 납부했다.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순수 전기로 업체들의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보다 납부하는 전기요금 액수는 적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통상적으로 전기요금은 철강제품 원가의 7~8%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제품 원가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원가 상승 요인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은 꿈도 못꾼다. 따라서 전기요금 인상은 고스란히 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체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도 연간 7000억원대의 전기료를 납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전자·IT업체들도 전기요금 인상은 악재다. OCI, LG화학,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등 정유·화학 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판매원가 따져보면 산업용이 더 비싸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금액상으로는 싸다. 전력수급난이 닥치거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치열할 때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단골로 거론되는 이유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2년간 25% 가량 올랐다. 지난해 8월 6%, 지난 1월 4.4% 인상됐다. 지난 2011년에는 12.6% 올랐다. 따라서 이번에 또 다시 인상되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에 걸쳐 전기요금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둘러싼 산업계와 정부간의 시각차는 크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가 가정용보다 훨씬 싼 만큼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2012년 12월 31일 기준(단위:원/kWh, 자료:한국전력거래소) |
반면 산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히려 가정용보다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압인 산업용 전기는 철탑 등 송전선로를 기업이 설치, 전기를 공급받는다. 유지 보수 비용도 기업 몫이다. 따라서 kWh당 원가가 판매단가(93원)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주택용은 저압이다. 고압에서 저압으로 감압시킬때 생기는 손실분과 820만개에 달하는 전신주 등 송배전 비용이 요금에 포함돼있다. 따라서 kWh당 원가는 판매단가(124원)보다 높다.
실제로 지난 1월 현재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보면 산업용은 104.5%, 주택용은 90.5%다. 산업용 전기가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반발이 심한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운 기업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단순 비교만으로 '너희들이 싸게 받으니 올리겠다'는 식의 정책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현재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보면 산업용은 104.5%, 주택용은 90.5%다. 산업용 전기가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반발이 심한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운 기업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단순 비교만으로 '너희들이 싸게 받으니 올리겠다'는 식의 정책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기업, 전기 얼마나 쓰나
기업은 전기를 얼마나 사용할까. 한국전력 전력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력판매비중은 제조업(50.5%), 서비스업(28.4%), 가정(13.6%) 순이다. 제조업체가 전기의 절반을 사용하는 셈이다.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 업체는 36만7888곳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곳으로 꼽히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경우 지난해 550만MWh를 사용했다. 월성원자력 3호기 생산량과 맞먹는다. 이는 부산지역 가정에서 쓰는 전기 사용량 353만MWh보다 56%나 많은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업장은 ▲포스코포항제철소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아산LCD사업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SK에너지 울산공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