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산업계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특히 전기 사용이 많은 철강업계와 IT, 정유·화학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6.4% 인상한다고 19일 밝혔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올들어 지난 1월 4.4% 인상에 이은 두 번째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내년에 부담해야 할 전기료는 작년대비 11.08% 오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작년 총 8078억원의 전기료를 부담했던 현대제철의 경우, 이번 인상으로 내년 납부해야 할 전기료는 8973억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도 작년 7179억원에서 올해 7975억원으로, 포스코는 6785억원에서 753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 단위: 억원. *작년 전기요금 대비 올해 1월 및 11월 전기요금 인상율 적용시 |
이밖에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IT업체들과 SK에너지, OCI, GS칼텍스 등 정유·화학 업체들도 전년대비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 가량 전기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유독 철강업계와 IT업계, 정유·화학 업계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업종 특성 때문이다. 이들 업종 모두 24시간 전기를 가동해야하는 업종인 만큼 전기료 인상은 큰 타격이다.
전기료가 오르면 원가부담이 커지는데 업황이 부진해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전기료 인상분 만큼 실적을 까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날 "이번 6.4%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철강업계의 부담은 2688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예상보다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철강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이번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약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이례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오해와 이해'라는 자료집을 내고 정부의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대해 반박했다.
그만큼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산업계에 주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먹구구식의 단순 비교를 통해 산업용 전기료를 올렸다"면서 "그 결과는 내년 초 각 기업들의 실적 발표때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