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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진술서]④현대엘리·쉰들러, '숨겨진' 이야기-2

  • 2013.12.10(화) 13:58

현대엘리, 2004년 쉰들러에 2차 매각 타진..LOI 맺어
쉰들러 KCC 보유 지분 인수 후 '결별'..양측 주장 엇갈려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현대그룹과 쉰들러 간의 다툼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왕(王) 회장이 구축한 현대호(號)에서 분리된 이후 범(凡)현대가를 상대로 경영권을 지켜냈던 현대그룹이 지금은 쉰들러와 공방을 펼치고 있다. 현대그룹에게 현대엘리베이터는 바퀴의 축과도 같다. 지배구조상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빼앗기면 그룹 전체가 흔들린다. 현대그룹이 사활을 걸고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이유다.
 
반면,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1위 업체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지난 99년부터 시작된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간의 인연은 양측의 다툼으로 인해 악연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비즈니스워치는 단독 입수한 쉰들러 측의 법원 진술서와 LOI 문서를 통해 지난 14년간 진행돼온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간 애증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현대그룹-쉰들러, '난타전' 까닭은?
②현대엘리, 쉰들러에 2차례 넘기려했다
③현대엘리·쉰들러, '숨겨진' 이야기-1
④현대엘리·쉰들러, '숨겨진' 이야기-2
[그래픽]한눈에 보는 쉰들러-현대엘리 분쟁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가 다시 만난 것은 지난 2004년. 이때는 지난 1999년에 논의됐던 합작회사보다 더 구체적인 논의들이 오갔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KCC와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 쉰들러 측은 이 소식을 듣고 현대엘리베이터와 KCC 모두에게 투자 가능성을 문의했다. 마침 양측 모두 우호 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 쉰들러, 인수 문턱까지 갔었다

진술서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2004년 1월 19일 현대엘리베이터와 KCC 양측을 동시에 만났다. 여기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가 KCC를 먼저 만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실패한 후에 현대엘리베이터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쉰들러 측의 이야기는 다르다. 진술서에는 "현대그룹 회장과 KCC 중 누가 우리와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같은 날 양측과 모두 만났다"고 밝혔다.

▲ 쉰들러는 지난 1999년에 이어 2004년에 현대엘리베이터 측으로부터 또 한번의 인수 제안을 받는다. 당시 우호세력이 필요했던 현대엘리베이터와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했던 쉰들러사이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져 양측은 LOI까지 맺는다. 하지만 이 건도 결국 무산됐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LOI 해지를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을 모두 만난 쉰들러 측은 논의 끝에 현대엘리베이터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 측과 LOI를 체결한다. 

LOI에는 쉰들러가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쉰들러에 매각하려한 셈이다. 지금껏 현대그룹과 현대엘리베이터가 쉰들러를 향해 '적대적 M&A'라며 맹공을 퍼붓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후 LOI를 구체화하는 작업들이 이뤄졌다. 지난 2004년 10월에는 스위스 쉰들러 본사에 현대엘리베이터 측 변호사들과 관계자들이 방문, LOI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LOI는 끝내 무산됐다.

한국의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법 때문이라는 것이 쉰들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장은 다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 LOI 해지, 누가 먼저?

LOI가 무산된 지난 2004년 말에서 쉰들러가 KCC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한 지난 2006년 사이에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양측이 이 기간동안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다만, 누가 먼저 등을 돌렸느냐는 부분에 있어서는 간극이 크다. 이 기간 양측은 겉으로는 우호적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특히 LOI 해지를 어느 쪽이 먼저 요구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쉰들러 측의 진술서에 따르면 LOI 해지는 현대그룹 쪽에서 먼저 요구했다. 공정거래법과 독점 규제에 저촉돼 현 회장이 먼저 해지를 요청했고 쉰들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 현대그룹 회장과 알프레드 쉰들러(Alfred Schindler) 쉰들러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3월 합작사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쉰들러에 넘기는 LOI에 서명한다. 하지만 이후 이 LOI는 해지된다. 현대그룹은 쉰들러 측이, 쉰들러는 현대그룹 측이 먼저 해지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의 설명은 다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LOI 해지를 먼저 요청한 것은 쉰들러"라며 "KCC 보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지속된 현대엘리베이터와의 우호 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위해 KCC 보유 지분을 우선 인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계속 지분을 늘려왔다는 것이 현대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쉰들러는 이후에도 계속 'LOI 정신'에 입각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고 KCC 보유 지분 인수에 대해 현대그룹도 사전에 인지,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 '엇갈리는' 주장, 누구 말이 맞나

"우리는 이 주식 인수가 KCC의 위협에 대한 현 회장의 불안감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통보 의무가 없었음에도 현대그룹 측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분 인수 거래 당일 현대그룹 회장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현대그룹 회장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쉰들러측 진술서 3페이지)

현대그룹 회장도 쉰들러의 이런 태도에 화답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현대그룹 회장은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가 되는 것은 상호 비즈니스 관계와 믿음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힘들 때 곁에 있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내용의 편지를 쉰들러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의 시각은 다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 측에서 사전에 우리측에게 지분 인수를 통보한 적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쉰들러가 먼저 LOI 해지를 요청해 와 내부적으로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했다. 현대그룹 회장의 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 단위:억원.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 측이 KCC의 지분을 인수할 때 인수목적에 '경영 참여'라고 명시한 것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쉰들러 측은 "한국의 증권법과 규제 요구 사항에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왜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이후 쉰들러는 이 원칙을 고수한다. 현대그룹이 그룹의 위기 타개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이용, 각종 파생상품 계약 등을 맺은 것에 반발하는 이유다.

쉰들러는 현대그룹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있다. 지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평가 손실은 429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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