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통상임금 후폭풍]上 또 '시끌시끌'..이번엔 재직요건 '충돌'

  • 2014.01.29(수) 10:52

고용부 지침, 재직자만 상여금 지급시 통상임금 제외
노동계 강력 반발..정부 지침 보이콧 방침

다시 혼란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지침이 발표되자 갈등의 골은 되레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조차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강제성이 없는 지침보다 하루빨리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고용노동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법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사간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 쟁점은 '재직기준'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소송 선고를 통해 상여금이라도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인정된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여금이 연간 1회만 지급되더라도 정기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장보너스나 여름휴가비 등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따라 그동안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됐던 상여금을 포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노사가 과거 소급분 지급여부에 대한 판단과 새로운 임금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통상임금 지도지침에서 정기성이 충족된 상여금 가운데 지급요건이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에 한정'할 경우는 통상임금에서 제외토록 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재직요건'을 적용할 경우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만일 어느 회사가 매년 3월, 6월, 9월, 12월 등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할 경우 2월에 퇴직하는 사람에게도 3월말에 지급예정인 상여금중 연초부터 퇴직일까지의 상여금을 계산해서 주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만일 2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계산해서 주는 회사라면 그 회사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2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계산해서 주지 않는다면 그 회사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지침내용이다.

 

 

대법원이 상여금에도 재직요건을 적용했느냐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노동계를 지지하는 쪽은 대법원이 복리후생수당 등에는 재직요건을 적용했지만 상여금은 이를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법원이 판결문 앞부분에서 재직요건을 거론했고, 이는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등에 모두 적용되는 만큼 정부의 해석이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대법원 판결보다 후퇴" 노동계 반발

 

당연히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지침이 오히려 대법원 판결보다 후퇴했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재직요건을 제시한 것은 기업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상여금을 일할로 계산해 지급하는 기업은 전체 근로사업장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재직요건이 적용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정부가 내놓은 지침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를 따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지침을 거부하고, 노조의 입장을 반영한 지침을 만들어 전국 사업장에 배포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역시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지침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올해 기업들의 임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사측은 정부의 지침을 제시하고, 근로자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상반기중 노사정 논의 등을 통해 통상임금 제도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노동계가 철도파업 이후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제출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견해 차가 워낙 큰 상황이라 국회 통과를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기업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