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이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선전한 덕분이다.
하지만 메모리 시장의 4배에 달하는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바닥권을 헤매고 있어 ‘반쪽’짜리 2위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시장조사기관인 IHS테크놀로지의 최근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 삼성·하이닉스, 메모리 선전
지난해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액은 515억1600만 달러로 세계 시장 점유율 16.2%를 기록했다. 미국(1666억5100만달러, 52.4%)에 이은 세계 2위의 실적이다. 그동안 2위 자리를 고수했던 일본(434억3200만 달러, 13.7%)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3.9%, 2012년 14.7% 등으로 상승세를 탄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18.5%→17.5%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체별로도 삼성전자가 2위(338억달러, 10.6%)를 기록하며 인텔(470억달러, 14.8%)을 바짝 추격중이다. 인텔은 주력시장인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정체를 겪는 반면 삼성은 주력인 스마트폰(모바일D램·낸드플래시·이미지센서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격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 비메모리 약세 극복해야
한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을 따돌린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이 끝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미국)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49.8%에서 지난해 52.4%로 늘었다. 2위 미국(27.1%)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5.8%(113억8100만 달러)로 주요 반도체 생산국 가운데 꼴찌다.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개발을 전문으로 해 온 국내 업체(팹리스)들이 미국의 기술과 대만의 가격 경쟁에 밀려 도태됐기 때문이다. 또 고부가가치 품목인 광·개별소자의 시장점유율도 10.4%로 1위 일본(31.5%)과 격차가 크다.
◇ 차량용 반도체 부문도 취약
스마트폰과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자동차 1대당 들어가는 반도체 구입비용은 평균 35만원 수준인데 이 비용은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6년 306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 제조 역사가 오래된 유럽, 일본, 미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 1위 업체는 일본 르네사스(28억1700억 달러)로 11.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독일 인피니언(24억 달러),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18억9000만달러), 미국 프리스케일(16억8000만달러), 네덜란드 NXP(14억7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삼성전자(2억7000만달러)는 10위권 밖이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 후방산업도 취약하다. 삼성전자조차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를 비롯해 핵심 장비들을 일본·독일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일본 캐논, 니콘 등에서 수입하는 노광기만 연 평균 60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2013년)
미국 1666억달러 52.4%
한국 515억달러 16.2%
일본 434억달러 13.7%
유럽 277억달러 8.7%
대만 207억달러 6.5%
전체 3180억달러
*IHS테크놀로지
■시스템반도체 시장 업체별 점유율 (2012년)
인텔 20.3%
퀄컴 5.8%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5.1%
삼성전자 4.9%
기타 63.9%
*아이서플라이
■비메모리 반도체
단순 저장기능만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연산·제어 등 정보처리 기능을 갖고 있는 반도체. 스마트폰(갤럭시S4)에는 18개의 반도체가 사용되는데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는 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바일AP ▲전원관리칩 ▲GPS칩 ▲터치스크린 통제칩 등 비메모리 반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