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수술대에 올랐다. 병세가 심각하다. 안팎으로 모두 곪아 터졌다. 특히 재무상황은 말기 암을 앓고 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수술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동안 포스코의 미래는 없다.
집도의는 권오준 회장이다. 수술에 나선 권 회장의 각오는 비장하다.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각오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이미 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뀄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동부제철 인수 추진과 계열사 매각·기업 공개(IPO) 등이 그것이다.
◇ 고민되는 동부제철 인수
산업은행은 지난 3월 포스코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 당진발전소 패키지 인수건이다. 가격도 당초 매각 예상 금액에 비해 큰 폭으로 낮춰 제시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컬러 강판을 생산한다. 문제는 국내 컬러 강판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포스코도 이미 컬러 강판을 생산한다. 동부제철 인청공장을 인수해도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만, 당진 발전소는 매력적이다.
▲ 동부제철 인천공장. 권오준 회장은 동부제철 인청공장 인수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상태다. 현재의 재무구조를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다, 인수 후에도 큰 시너지가 없어서다. 하지만 현재 중국 업체들이 국내 철강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노리고 있어 철강업계의 맏형으로서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
포스코는 현재 강력한 재무구조 개선을 선언한 상태다. 가격이 얼마가 됐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는 약해진 현재의 포스코 재무상황에 부담이다. 하지만 국익 차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 업체들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관심이 많다. 철강업계 맏형으로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권 회장은 "동부제철건은 실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결과 여부에 상관 없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호하다. 포스코의 이익이냐, 국익이냐 권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 포스코엠텍 매각 안한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 매각건이다. 이미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방식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분 전체를 매각할지, 아니면 일부를 매각할지 등을 두고 고민 중이다.
권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다행히 우리가 인수한 후 미얀마 가스전이 성공해 외부에서 관심이 많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인수 의사가 있는 곳이 있다면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포스코엠텍 지분 매각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포스코엠텍은 분명하게 경영을 잘못한 것"이라면서 "사업 확장은 물론 경영을 하는데 있어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구조조정 중에 있으며 도시광산 부문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의 전권을 포스코엠텍 대표에게 일임했다"며 "포스코엠텍 지분 매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기업공개 어디부터 하나
계열사 기업공개도 권 회장의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하나다. 현재 포스코 계열사 중에는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확보가 필요한 곳이 많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몇몇 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들을 갖췄다. 재무건전성도 좋은데다 성장 가능성도 있다. 특히 포스코에너지의 경우는 권 회장의 신(新) 경영전략의 2대 메가엔진 중 하나다.
권 회장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주식시장 상황에서 기업공개는 포스코건설보다는 포스코에너지가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포스코에너지를 시작으로 내년쯤 포스코건설도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기업공개 '0순위'로 포스코에너지를 꼽았다. |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이런 행보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우량한 포스코 계열사들이 상장된다면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포스코가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며 "우량 기업들이 대거 시장에 편입되는 만큼 시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