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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금협상 타결 키워드는 '공감'

  • 2014.09.30(화) 16:38

길고 길었던 현대차의 올해 임금협상이 끝났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관례상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약 4개월간 진행된 이번 임금협상은 다른 해에 비해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 됐다는 평가다.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사 양측이 보여준 상대방에 대한 태도다. 노사 양측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보다는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 했다. 큰 변화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공감'이었다.
 
◇ '통상임금' 뇌관, 합의로 제거하다
 
지난 6월 3일 현대차 노사는 상견례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상견례를 기점으로 현대차 노사는 총 23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119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초 노사 양측은 추석 연휴 전 임금협상을 끝마치기로 합의했다. 추석 연휴에 고향으로 가는 임직원들에게 풍성한 명절을 보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추석 연휴를 넘겨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임금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통상임금'이었다. 노조로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당면과제였다. 사측은 법원의 판단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줄다리기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 현대차 노사는 119일간의 대장정을 거쳐 올해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임금협상은 '통상임금'이라는 큰 난제가 있었음에도 불구,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 한국GM과 쌍용차 등 동종업체들의 임단협 타결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업계의 시선은 모두 현대차 임금협상으로 쏠렸다. 현대차 노사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각 기업의 통상임금의 방향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23차례의 교섭을 진행하면서 통상임금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다. 자칫 전면파업으로도 갈 수 있는 뇌관을 가진 폭탄이었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노조는 노조대로, 사측은 사측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얼마 앞 둔 시점에 변화가 생겼다. 사측이 먼저 통상임금 논의를 위한 별도의 위원회 설치를 노조에게 제의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었다. 노조는 숙고했다. 그리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 변화가 시작됐다
 
협상 과정에서 파열음도 적지 않았다. 노조는 총 6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차량 1만650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3300억원의 매출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노노갈등도 있었다. 노조 내부 강경파들에 의해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노조 내부의 7개 계파 중 실리파에 속하는 현 지도부에 대한 견제와 반발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대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경파는 지도부를 흔들었다.
 
급기야 이경훈 지부장은 노조 내부 강경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측도 임급협상 합의에 거의 도달한 시점에서 노사간 합의를 막아서는 강경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을 주도한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이경훈 현대차 노조 지부장(오른쪽).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급협상 과정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합리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과거와 같이 부분파업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나 파업 수위가 높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 노사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훈 지부장은 과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차 노조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작년 노조 지부장에 당선됐을 당시에도 업계의 기대가 컸다. 이 지부장은 실리를 중요시하는 실리파다.
 
실제로 이번 현대차 노사의 협상 과정은 상당히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다. 협상에 참여했던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과거 노조와 달리 감정보다는 합리에 우선을 두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특히 현재 회사 상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다
 
현대차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분기에는 환율 하락으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해외판매도 전년대비 25.2%나 감소했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은 계속 치고 올라오는 상태다. 중국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곳이 없다.
 
그동안 노조는 이런 부분에 대해 '그건 회사 사정'이라는 '제3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노조 지도부는 달랐다. 회사의 안좋은 상황을 같이 헤쳐나가야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었다. 사측을 '파트너'로 여겼다.

▲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임금협상을 통해 상대방을 비난의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했다.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하는 등 과거에 비해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이런 변화에 사측도 화답했다. 노조을 무조건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갖고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원칙을 존중했다. 
 
결국 회사가 처한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공감'이 큰 마찰없이 합리적인 임급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노조 내부 강경파들은 현 지도부의 합의안 도출에 대해 불만이 많다.
 
오는 10월 1일 찬반투표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강경파가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도출한 합의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최대한 조합원들에게 합의안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최종 타결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현장도 합의안에 대해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합리적이라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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