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호조가 지속됐고, 휴대폰 실적이 개선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우호적인 환율 역시 도움을 줬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이 52조원, 영업이익은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9.59%, 영업이익은 28.08% 증가했다.
다만 실적이 좋았던 재작년 4분기에 비해선 매출이나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205조4800억원, 영업이익 24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매출 228조6900억원, 영업이익 36조7900억원에 비해선 각각 10.15%, 32.21% 감소한 수치다.
연간 실적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부진했지만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전분기보다 늘어나며 삼성전자 실적이 바닥을 지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수기인 1분기를 거쳐 2분기부터는 다시 실적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 반도체 호조에 환율 보너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반도체부문이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3분기 2조2600억원을 기록했던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4분기에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D램 시황이 견조했고, 낸드플래시 판매도 증가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적자를 기록했던 시스템LSI 실적도 소폭 개선되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조원 후반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휴대폰부문 실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삼성전자 실적 바닥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IM)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6조4300억원, 2분기 4조4200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1조7500억원까지 급감한 바 있다. 하지만 4분기에는 1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대폰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은 갤럭시 노트4 판매가 예상보다 좋았고, 마케팅 등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마트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데다 갤럭시노트4 등 프리미엄폰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분기 원화 환율이 우호적이었다는 점도 실적개선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분기나 3분기에 비해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나 휴대폰 등 주요사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평가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전체적으로 4분기에 약 7000억원 가량의 환율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 바닥 통과중..언제 올라갈까?
삼성전자 실적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은 만큼 향후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를 거쳐 2분기부터는 실적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대부분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영업이익 규모를 4조원 중후반대로 추정해 왔다.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선 만큼 올 1분기에 급격한 실적악화가 없다면 향후 반등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흥시장을 겨냥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분기말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S6의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운 프리미엄 폰과 강화된 중저가 라인업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것인지가 올해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이란 평가다.
올해도 반도체부문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 실적도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에 도달했던 지난 2013년과 같은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프리미엄 시장 역시 경쟁의 강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