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속된 지 약 5개월만에 풀려났다. 조 전 부사장은 작년 12월30일 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아 수감 중이었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조 전 부사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주된 쟁점인 '항로'와 관련해 "명확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지상 이동'을 포함하는 의미로 확대해 해석해선 안 된다"고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전 부사장이 지상에서 17m 이동한 항공기를 돌린 행위가 항로변경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당시 안전운항을 저해하려는 목적이 없었고, 또 비교적 안전한 장소인 계류장에서 리턴이 이뤄져 항공보안 안전운항 저해 혐의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의 행위가 운항 중 항공기 내에서 일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항로가 변경됐는지 여부는 별개로 판단할 문제"라며 "항공보안법은 폭력으로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경우 등 범죄의 종류를 세분화한 뒤 각각 처벌규정을 따로 만들어뒀기에 처벌 공백을 우려할 상황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뉴욕 JFK국제공항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 1등석에서 기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화를 내다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기 위해 항공기를 돌린 혐의로 기소 구속됐다.
▲ '땅콩회항'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
다만 항소심에서도 조 전 부사장에 적용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폭행죄, 강요죄, 업무방해죄 등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5개월 구금돼 있는 동안 자신의 행위가 왜 범죄로 평가되는지 등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죄의사를 갖고 이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며 집행유예 선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구속 기소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 모 상무 역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여 상무는 1심에서 강요 및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당시 여 상무에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대한항공 출신 국토부 소속 김 조사관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조사 내용이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또 이를 누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