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을 1조원에 되살 것을 요구했다. 박 회장 측이나 시장에서 예상하던 가격을 크게 웃도는 것이어서 채권단과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 사이에 진행될 가격 협상이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23일 박 회장 측에 금호산업의 지분 50%+1주에 대한 매각가격을 주당 5만9000원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채권단 운영위원회가 정한 이 금액은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인 3만1000원에 90%(2만80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전날 종가 1만8500원의 318.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채권단이 가진 금호산업 지분은 총 57.6%로,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채권단이 가진 전체 지분이 아니라 지분 50%+1주만 사도 된다. 이를 채권단 제시가격으로 환산하면 1조218억원이다.
이는 지난 4월 말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을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3만900원으로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과 비슷하다.
당시 채권단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액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며 유찰을 결정한 뒤 박 회장과 수의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에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은 호반건설 유찰 당시 미래에셋 등을 중심으로 나온 "주당 6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금호 인수로 그룹 재건을 계획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 측은 3만1000원의 회계법인 실사 가격이 나왔을 때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회장도 지난 5월 지분 인수와 관련해 "시장에서 보는 가격이 있는데 채권단에서 무리하게 하겠냐"며 "실사를 통해 적정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호반건설 제시가격 정도를 인수가격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발언이다.
박 회장 측이 인수가격으로 호반건설 제시가격 정도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때 양 측의 기대금액 차이는 4000억원까지 벌어진다. 매도-매수 양측의 눈높이가 크게 벌어진 만큼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박 회장 측이 현재 금호산업 지분 10.09%를 쥐고 있는 점은 향후 지분 인수물량 조정 등 협상 카드로 삼을 수 있는 부분으로 관측된다. 협상 과정에서 지분 인수 물량을 현재 50%+1 주에서, 현재 보유한 10.09%를 포함한 50%+1주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내세울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 회장은 8월 한 달간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일단 이번 채권단 제시가격은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채권단은 2차 예정가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박 회장은 우선 1차 매각예정가를 거부 한 뒤 채권단을 주도하는 미래에셋·산업은행 등과 물밑협상을 벌여 2차 매각예정가를 낮추거나, 채권단이 제시하는 2차 매각가를 확인한 뒤 추가 가격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2차 매각예정가를 둔 협상도 실패할 경우 그 뒤 6개월 내에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 매각 진행경과 및 향후일정
- 5.6 호반건설 단독입찰에 대한 유찰 결의(운영위원회)
- 5.8 계열주 개별협상 추진 안건 부의
- 5.18 채권금융기관 협의회 결의(지분비율로 75% 이상 동의)
- 7.16일 삼일회계법인·딜로이트안진 주당 3만1000원으로 금호산업 적정기업가치 산정
- 7.23 채권단 계열주(박삼구 회장) 측에 50%+1주 주당가 5만9000원제시
- 8월 계열주의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결정
- 9월 우선매수권 행사 포기시 제3자 앞 매각 추진(6개월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