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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임팔라' 승부수 통할까

  • 2015.08.12(수) 10:35

'임팔라' 출시로 부진한 내수 회복 노려
과거 대형 세단서 실패..징크스 깰까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GM이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시장에서 10세대를 이어온 대형 세단 '임팔라(Impala)'가 주인공이다. 한국GM은 '임팔라'를 통해 무너진 내수 시장을 회복하고 본격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GM은 과거 GM대우 시절부터 국내 시장에 대형 세단을 출시해 단 한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임팔라'도 과거 한국GM의 대형 세단이었던 '스테이츠맨'이나 '베리타스'와 같은 전철을 밟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부진한 내수 시장

한국GM의 가장 큰 고민은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유독 한국GM의 경우 부진의 늪이 깊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내수 시장에서 부진한 것은 대부분의 모델이 노후화된 데다 이렇다 할 신차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의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의 내수 판매량은 총 8만3759대다. 전년대비 1.8% 감소한 수치다. 지난 3월 1만3223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는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매월 1만2000대 규모다. 한국GM으로서는 내수 시장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상태다. 

 


내수 점유율은 2009년 7.9%로 바닥을 찍은 후 작년 11.3%로 최고점을 찍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8.3%를 기록했다.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한국GM 사장은 올해 내수 점유율 10%를 목표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 내수 점유율 10% 달성은 장담할 수 없다.

한국GM이 이처럼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차 부재가 크다. 한국GM은 모기업인 미국GM 본사나 계열사에서 차량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한다. 자체적으로 신차를 개발하는데 제약이 많다. 글로벌 GM네트워크 범위 내에서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나 기아차처럼 적극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승용모델들의 판매 부진도 이유로 꼽힌다. 올들어 7월까지 한국GM이 판매하는 승용 6개 모델 중 전년대비 판매가 증가한 모델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레저붐 덕에 SUV 판매가 늘어나면서 간신히 판매 실적을 지탱하고 있는 상태다.

◇ 이번엔 다르다는데..

한국GM은 대형 세단 '임팔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신차 부재와 승용 모델 부진으로 고전하던 내수 시장에 오랜만에 신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임팔라'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동안 상품성을 인정 받은 모델이다. 그런만큼 한국GM은 '임팔라'가 정체된 내수 판매를 뚫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팔라'는 1957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돼 58년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작년 미국에서만 14만대 이상 팔려 동급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16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 출시 모델은 지난 2013년 풀체인지된 10세대 모델이다. 한국GM이 '임팔라'를 내수 시장 회복의 첨병으로 내세운 것도 이미 검증을 마친 모델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국내에는 2.5리터, 3.6리터 가솔린 모델이 출시됐다. 3.6리터 가솔린 엔진은 GM의 캐딜락 브랜드 대형세단 XTS에 적용된 엔진이다. 길이는 5110㎜로 동급 모델 중 가장 길다. 앞좌석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포함해 총 10개의 에어백을 기본 적용하고 동급 최초로 운전석 및 동반석 무릎 에어백을 채택했다.

또 통합형 바디 프레임을 기반으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FCA), 후측방 경고시스템(RCTA),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ZA),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DWS), 차선변경 경고시스템(LCA)과 같은 프리미엄 안전 사양을 전 모델에 기본 제공한다. 
 

 

'임팔라'의 경쟁 모델로는 현대차 그랜저와 아슬란, 제네시스 등이 꼽힌다. 기아차 K7과 K9, 르노삼성의 SM7 등도 '임팔라'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델들이다. 그런만큼 가격도 3409만~4191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랜저나 아슬란과 비슷하고 제네시스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다. '임팔라'가 타깃으로 하는 모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임팔라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과 같은 트림과 사양을 기준으로 국내 판매가격을 미국 소비자 가격보다 낮게 책정했다"며 “국산 및 수입 준대형급은 물론 그 이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형 세단' 징크스 깰까

한국GM은 유독 국내 시장에서 준대형급 이상 세단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라는 높은 벽이 있기도 했지만 출시하는 모델마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과거 GM대우 시절 선보였던 '스테이츠맨'부터 '베리타스'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알페온'에 이르기까지 한국GM의 대형 세단들은 실패만 거듭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GM대우 시절 처음으로 호주 홀덴에서 들여왔던 대형세단 '스테이츠맨'은 출시 2년만에 판매 부진으로 단종됐다. 부족한 편의사양과 바싼 가격 때문이었다. '스테이츠맨'은 도입 첫 해인 지난 2005년에는 879대를 판매했지만 이후 계속 판매가 줄어 지난 2007년 1월에는 단 1대를 판매하는 등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 GM대우 시절 선보였던 대형 세단 '스테이츠맨'.
 
'스테이츠맨' 다음 타자로 들여온 '베리타스'도 마찬가지였다. '베리타스'도 지난 2008년 GM 계열인 호주의 홀덴으로부터 들여왔다. '스테이츠맨'보다 편의사양 등을 보완해 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이 버티고 있던 당시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의 벽은 높았다. '베리타스'도 결국 지난 2010년 단종됐다.

'알페온'은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가 실패한 한국GM의 대형 세단 자리를 지켜온 모델이다. 하지만 '알페온'도 이전 GM대우 시절의 대형 세단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경쟁 모델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지난 2010년 출시 당시에만 반짝 빛을 발했다. 이후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대비 19.3% 감소한 2301대다. 지난 7월 한달간 판매된 스파크 판매량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 GM대우 '베리타스'.

따라서 업계에서는 한국GM이 그동안 실패만을 맛봤던 국내 대형세단 시장에 신차를 내놓은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자칫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GM대우와 한국GM이 내놨던 대형 세단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무시한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미국과 호주의 옷을 입으라고 강요한 셈이다. '임팔라'도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GM은 그간의 실패를 교훈 삼아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한국GM 고위 관계자는 "대형 세단 시장에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와 확실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징크스를 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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