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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름파업]③현대중공업, 답이 없다

  • 2015.09.09(수) 08:10

임금협상 난항..노조 "올려라" vs 사측 "안 된다"
노조 연대파업 규모가 변수..전면파업 가능성도

매년 여름 휴가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업계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 때문이다.'하투(夏鬪)'라는 말도 여름철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에서 유래했다.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견 차가 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올해 하투 이슈는 두 가지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다. 주요 사업장별로 하투 진행상황과 사업장별 쟁점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현대중공업의 시련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의 자랑이었던 '무파업 임단협 타결' 기록도 깨졌다. 업황 부진에 해양플랜트 손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현대중공업의 위상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의 시련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미 파업에 들어갔다. 
임금 인상이 핵심 쟁점이다. 노조는 임금을 더 올리라고 주장한다. 사측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요지부동이다. 양측이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 파업으로 압박하는 노조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협상만 진행한다.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액 12만7560원(기본급 대비 6.77%, 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 성과금 250% 이상 보장 ▲노후연금 현실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통상임금 1심 판결결과 적용 등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25일 첫 대면을 갖고 본격적인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회사측은 회사 사정이 어려운 만큼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최근까지 총 23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서로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지난달 26일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4일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9일에도 4시간, 17일에는 7시간 부분 파업이 예정돼 있다. 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9일과 17일에도 파업을 진행해 사측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생각이다.


노조도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임금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은 내부적인 사정이 복잡한 탓도 있다. 노조는 작년 임단협에서 사측 제시안에 직무환경수당 1만원을 인상한 기본급 인상안을 수용했다. 70여 차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많은 진통을 겪었다. 그 탓에 작년 임단협을 해를 넘긴 지난 2월에야 타결했다.

이 때문에 노조 내부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20년 무파업 기록을 깨면서까지 진행한 임단협 결과치고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당시 노조 지도부는 "올해 임금 협상에 집중하겠다"며 조합원들을 달랬다. 그런만큼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 종료 후 차기 지도부와 대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 정성모 위원장은 강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작년 임단협에서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다. 자연스럽게 차기 위원장은 더욱 강성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과 같은 부분파업이 아닌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얻을 수있어야 한다는 것이 노조 내부의 여론이다. 현재 지도부가 협상에서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기술과 경험 부족을 간과한 대가는 컸다. 작년에만 3조249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매출액도 전년대비 3.0% 감소한 52조5824억원이었다.
 
작년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은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권오갑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종전과 달리 미래에 손실이 예상되는 공사에 대해서도 모두 충당금을 쌓았다. 비록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더라도 부실을 털고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그 덕에 현대중공업은 작년 4분기부터 조금씩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분기에 1924억원, 2분기에는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리 부실을 털고 갔던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선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매분기 남아있는 해양부문의 부실도 계속 실적에 반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작년에 실시한 고강도 구조조정의 여파로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실적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황이 이런 만큼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임금을 인상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노조가 고통분담에 나서 현 상황을 타개한다면 이후에 이익이 났을때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왜 이렇게 무모한 요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노사 모두 고통을 분담하고 회사 정상화를 노력해야 할 마당에 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노사 모두를 공멸의 길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파업 불길 더 번질까
 
그럼에도 불구 노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회사가 경영상의 실패 책임을 노조에게 떠넘기려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보유하고 있는 사내 유보금과 금융 자산 등을 매각해 임금 인상분을 맞추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사측이 여력이 있지만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생각이다.

현재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파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파업의 범위를 회사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9일 계획하고 있는 공동파업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국내 조선업체의 노조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연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주도하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노조연대 파업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의 지도력을 시험할 수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만일 노조연대의 파업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큰 힘을 받게되고 이는 곧 전면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대응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는 부분파업에 머물고 있지만 정황상 전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변수는 연대 파업 규모다. 연대 파업에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규모가 결정될 수있다는 이야기다. 연대 파업의 규모는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의 지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연대 파업에 참여키로 한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세 곳 뿐이다. 나머지 노조들은 각자 사정에 따라 참여가 유동적인 상황이다. 일부 노조는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사상 첫 조선업체 연대 파업을 주도한 현대중공업 노조의 지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런 가운데 연대 파업마저 소규모로 이뤄지게 된다면 현대중공업 노조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노조 내부 사정이 복잡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면파업이라는 강공책을 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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