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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름파업]②벼랑 끝에선 현대차 노사

  • 2015.09.07(월) 14:10

임금피크제 등 이슈 집중..노사 대립 첨예
쟁의 찬반투표 예정..전면파업 가능성 높아

매년 여름 휴가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업계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 때문이다.'하투(夏鬪)'라는 말도 여름철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에서 유래했다.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견 차가 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올해 하투 이슈는 두 가지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다. 주요 사업장별로 하투 진행상황과 사업장별 쟁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매년 '하투(夏鬪)'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업계와 노동계의 눈은 현대자동차로 쏠린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최대 단일 노조다. 그런만큼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결과는 다른 사업장 임단협의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도 사측도 임단협 진행시 신중을 기한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다. 올해 하투의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문제가 모두 걸려있다. 여기에 현대차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악재들이 겹친 상태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많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전면 파업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 강경한 노조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올해 초 법원이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이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에서 계속 사측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높다.
 
현대차 노사 양측은 올해 초부터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위원회를 통해 노사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당초 제시했던 호봉제 폐지안 대신 호봉제를 존속시키면서 능력급제를 가미한 임금체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반대했다. 대신 그동안 분리해 진행하던 통상임금 논의와 올해 단체교섭을 함께 협상하기로 했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관련해 계열사 노조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위원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투쟁 수위를 올린 셈이다.
 
▲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타결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라는 노동계의 현안이 모두 걸려있어서다. 노조는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과 연대해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했다.


임금피크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와 연대해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에 대해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현대차 근로자의 정년은 엄밀하게 말해 '58+1+1'제도다. 공식적인 정년은 58세이지만 1년씩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58세 이후 1년은 임금이 유지되지만 마지막 1년은 10% 삭감된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임단협을 통해 사실상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이를 규약에 명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이 갑자기 '임금피크제' 전면 실시를 들고 나왔다. 정부도 내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실시 시기를 55세로 권고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면 정년 연장은 물론 임금 삭감 시기도 종전보다 3년 빨라진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모두 어느 것 하나 물러설 수 없는 문제"라며 "사측이 정부의 노동개혁을 핑계로 조합원들의 삶을 뒤흔들겠다는 의도인만큼 반드시 우리의 생각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어려운 여건

사측은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피크제 모두 사측의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시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첫 해 인건비만 조(兆)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문제는 복합적이다. 현대차 현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년까지 계속 인건비가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이런 구조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 임금피크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자칫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내부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실적이 좋지 않은 현대차 사측 입장에서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2%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7.1%나 줄어들었다. 환율 변동과 경쟁 심화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증설 즉시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무리한 임금 인상과 더불어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와 같은 경영권 침해 사항까지 요구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억지라고 입장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노조가 현재의 회사 상황을 직시하고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면 파업' 가능성

현대차 노조의 대응 강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9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오는 11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행위 조정결정도 예정돼 있다. 만일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찬반투표 결과가 쟁의행위 돌입으로 결론이 난다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2년 이후 임단협 기간 중 전면파업에 돌입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은 부분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면서 임단협을 타결해오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면파업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 등 굵직한 현안이 걸려있어서다. 특히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상급 노조인 민주노총의 대규모 도심 반대 집회 등의 지침도 내려와 있는 상태다.

 

노조 지도부의 변화라는 변수도 있다. 올해 임단협을 끝으로 현 지도부의 임기가 종료된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임단협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 현재 현대차 노조 내의 다양한 계파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이런 경우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계파간 선명성 경쟁 때문이다.

▲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 종료와 동시에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각 계파간 차기 지부장 자리를 노리고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그런만큼 계파간 선명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공격적으로 임단협에 임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에서도 현대차 노조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노조 지도부 교체기에는 늘 '수성(守城)'하려는 현 지도부와 이를 탈환하려는 계파들간 경쟁구도가 만들어진다. 조합원들의 표를 잡기 위해 다른 해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와 노동계의 시선이 모두 현대차 노조를 향해 쏠려 있다는 점도 전면파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와 같은 큰 사안에 대해 최대 단일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노동계 내부 입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면파업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노동계 일각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현대차 임단협에 걸려있는 사안들이 여타 사업장 임단협에 기준이 될만한 사안들이 많아 노조로서도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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