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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름파업]④'펑크'난 금호타이어

  • 2015.09.11(금) 08:02

노조, 25일째 파업..사측 '직장폐쇄'로 맞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쟁점마다 극한 대립

매년 여름 휴가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업계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 때문이다.'하투(夏鬪)'라는 말도 여름철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에서 유래했다.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견 차가 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올해 하투 이슈는 두 가지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다. 주요 사업장별로 하투 진행상황과 사업장별 쟁점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못지 않게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은 타이어 업계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 맞서 사측은 직장 폐쇄로 대응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함께 무너진 지 5년만이다.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노
조의 파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 파업에 무너진 재도약의 꿈

금호타이어 노조는 2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장 기간 파업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다. 현재 노조는 임금 8.3% 정률 인상, 2014년 경영성과금 배분, 기피직무 수당 지급, 1958년생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타협안을 제시했다. 임금 인상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합의 했지만 임금피크제 문제는 여전히 이견 차가 크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경영 실적 악화로 워크아웃을 거쳤다. 채권단으로부터 약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가까스로 파산 위기를 넘겼다. 노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작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동안 워크아웃으로 위축됐던 경영 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노조의 파업 때문이다.

워크아웃 졸업을 발표한 다음 날,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인상이 명분이었다. 워크아웃 기간동안 노조가 고통을 분담했으니 대가를 내놓으라는 논리였다. 결국 사측은 올해 초 임금을 작년대비 25.6% 인상키로 했다. 워크아웃 기간동안 동결됐던 임금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
 
▲ 금호타이어 노조는 2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임금 인상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간의 의견 차이가 극명하다.

 

사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수용을 위해 총 918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금호타이어의 1인당 평균 임금은 6380만원까지 올랐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노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돌입과 동시에 다시 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사측은 결국 기존 일당 정액 970원 인상에서 1900원 인상,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일시금 300만원 지급, 정년을 법적 기준보다 1년 늘어난 만 61세로 연장 등의 조건을 새롭게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시금 지급에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조건을 달지 말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일시금에 대해서도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 사측은 일시금 150억원에 상반기 경영 성과금 75억원 등 총 225억원 지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여기에 75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파업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 보전을 위해서다. 사측은 더 이상의 요구 수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은 결국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 "갈 길은 먼데…"

금호타이어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7.1% 감소한 3조4365억원, 영업이익은 3.6% 증가한 3585억원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 2136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목표 아래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매년 조금씩 회복됐다. 작년의 성과는 그동안의 노력이 성과를 본 결과다. 그 덕에 숙원이었던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은 그동안 금호타이어가 기울여왔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들어 금호타이어의 분기별 실적은 전년대비 급감한 상태다. 1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대비 48.4% 감소했다. 매출액도 작년 매분기 8000억원대를 기록했던 것에서 올해는 매분기 7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금호타이어의 상황이 노조의 요구처럼 임금을 인상할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노조의 파업으로 3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파업과 이에 따른 직장폐쇄로 손실 규모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금호타이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은 가동률 하락,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며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가 파업에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 경쟁사들은 수익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었지만 최근 타결을 이뤄냈다. 가장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곳은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분기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중국시장에서 고전했던 반면 넥센타이어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넥센타이어는 중국보다 북미 비중이 크다. 따라서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과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미국의 조치로 중국 로컬 업체들이 자국 내수 시장으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타이어 업체들의 실적도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업계 3위인 넥센타이어가 오는 3분기에는 2위인 금호타이어를 앞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데다 파업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단협도 넥센타이어는 작년까지 23년째 무분규 타결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 전망도 밝다.
 
◇ 타결 가능성은
 
지난 9일부터 금호타이어 노사는 밤샘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임금 인상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노사 양측이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비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임단협 이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차기 지도부 선거도 미룬 상태다. 임단협을 통해 반드시 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다.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이에 따라 노조가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9일부터 밤샘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관건은 노조의 상황 인식 변화에 달려있다. 사실 노조도 25일째 파업을 진행하면서 피해가 막심하다. 파업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조합원들의 1인당 임금 손실액이 약 300만원에 달한다. 노조 지도부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여론도 좋지 않다. 지역은 물론 전반적인 여론이 노조에게 불리하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원만한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도 "노조도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그동안 감내해왔던 부분에 대해 적절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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