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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빅뱅!]①죽느냐 사느냐

  • 2015.11.04(수) 10:58

한국 경제 저성장 국면 돌입..내년 2%대 성장
수출 부진 지속..기업들 '빅딜' 통해 생존 모색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이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대기업들은 한계사업을 재편하고,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변화의 움직임, 정부의 대응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기업 간 빅딜(Big Deal)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과거 IMF 시절에 진행됐던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연상될 정도다. 위기의 파고를 못 넘으면 모두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전자, 자동차 등도 중국의 추격과 경쟁 심화로 고전하고 있다. 장기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의 주요 대기업의 변화는 결국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인 셈이다.
 
◇ 깊어지는 저성장의 늪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적으로 내년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예상하고 있지만 민간 연구기관은 2%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잡았다. LG경제연구원은 2.7%, 한국경제연구원은 2.6%로 내다봤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모건스탠리(2.2%)와 노무라증권(2.2%)은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성장의 원인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탓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 부진으로 내수 시장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내수 진작책에도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올들어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도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조선,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산업들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전년대비 15.8% 감소한 43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9년 8월 이후 6년 2개월만에 최저치다.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도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8.0%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도 -11.4%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전년대비 19.7%로 증가했던 EU 수출도 10월에는 -12.5%로 돌아섰다.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주력 품목들이 세계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국에 계속 밀릴 경우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어도 수출은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내년도 세계경제가 3.4~3.6%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및 금융불안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가공무역 축소로 한국의 대중 수출 구조가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늘어나는 좀비기업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은 기업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좀비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기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최근들어 이런 좀비기업들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4년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53만개 기업 중 32.1%에 달했다. (2013년 31.3%) 이자보상배율이 0 미만인 기업의 비중도 26.5%에 달했다. 100개 기업 중 26개 기업은 적자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정부 주도로 각 산업별 상황을 면밀히 살펴 한계에 다다른 좀비기업들을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를 구성했다. 기간산업과 대기업 그룹에 대한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작업을 돕는다는 취지다.
 
▲ 자료:KTB투자증권(단위:%)

협의체의 기본 방향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좀비 기업의 정리다. 현재 협의체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은 조선, 해운산업 등이다. 여기에 철강, 건설, 석유화학 산업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에게만 맡겼던 산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칼자루를 쥐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좀비 기업으로 분류된 곳은 1934곳이다. 채권은행은 이들 기업을 A부터 D까지 총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채권은행은 C등급과 D등급 기업을 각각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로 유도할 생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이 C등급과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수를 더욱 늘려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좀비 기업에 대한 정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부실 규모가 더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빅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제 상황 때문이다. 문어발식 경영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빅딜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역량을 한 군데로 모아야 생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계 업종을 보유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빅딜로 비수익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과잉 및 중복 투자를 제거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성장전략이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경우 화학사업을 빅딜을 통해 정리했다. 한화와 롯데에 화학 사업을 매각했다. 삼성의 사업군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화학 부문을 떼어냄으로써 주력인 전자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화와 롯데의 경우 삼성의 화학 사업을 넘겨받아 화학을 주력 사업군으로 키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도 마찬가지다. SK그룹으로서는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 인수로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CJ그룹도 콘텐츠 부문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삼성그룹은 최근 한화와 롯데에게 화학 사업을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전자를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한화와 롯데도 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됐다.

정부도 기업들의 빅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조선, 해운, 철강과 같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산업의 경우 한 곳으로 몰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 빅딜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미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대형 조선업체는 물론 중소형 조선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운업 정리를 위해 한진해운에 현대상선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철강업도 업황 부진과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동부제철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딜과 구조조정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들이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발적인 빅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기업들의 힘으로 구조조정이 힘든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주도건 정부 주도건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이후 우리 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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