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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빅뱅!]③구조조정 1순위 PTA, 왜 안될까?

  • 2015.11.05(목) 14:37

효성·롯데케미칼, PTA 자체 소비
한화종합화학, M&A 여력 없어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이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대기업들은 한계사업을 재편하고,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변화의 움직임, 정부의 대응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PTA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 맞지만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누구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정하기는 어렵다.”(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지난주 삼성과 롯데의 화학사업 계열사 빅딜이 이뤄지면서 석유화학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구조조정 1순위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사업 조정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PTA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자체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현재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품 가격이 떨어져 사업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된 PTA의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PTA가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 자발적인 PTA 사업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PTA 생산능력이 가장 큰 한화종합화학(200만톤)을 비롯해 삼남석유화학(180만톤), 롯데케미칼(60만톤), 효성(42만톤) 등 주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 롯데케미칼·효성, 매각할 필요 없다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PTA 생산설비를 넘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PX(para Xylene, 파라자일렌)-PTA-PET(Polyethylene phthalate, 폴리에틸렌 프탈레이트)’로 이어지는 제품 수직계열화를 갖춘 상태다. 자체 생산한 PX(연산 800만톤)를 바탕으로 PTA를 만들고, 이를 통해 PET(연산 670만톤) 제품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제품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된 PTA 전량을 PET를 만들 때 사용한다”며 “만약 PTA 생산설비를 경쟁업체에 넘기면 제품을 사와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사업을 접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효성도 마찬가지다. 효성의 주력제품인 합성섬유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의 원료가 PTA다. 효성은 올 들어 스판덱스를 중심으로 한 섬유사업과 타이어코드 매출이 크게 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돌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제품의 원료인 PTA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상태다.

 

기존 고객사와의 신뢰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PTA 생산량의 절반은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하는 구조”라며 “제품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사업을 타사에 넘기면 기존 고객사와의 거래가 끊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고려해야 할 문제”고 말했다.

◇ 한화종합화학 '제 코가 석자'

 

당분간 PTA 시장의 업황 개선 가능성도 크지 않다. PTA의 공급이 넘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에서 추가 증설도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PTA를 자체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생산 및 판매에 주력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키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PTA 생산능력이 가장 큰 한화종합화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생산규모를 키우면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선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PTA 구조조정은 특정 기업에 생산설비를 넘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를 폐쇄하거나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가동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한 기업에게 넘기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산 제품 전량을 팔아야하는 한화의 입장에선 타사의 생산설비를 인수해 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PTA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는 오히려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한화종화 노조는 파업을 진행하고 있어 PTA 사업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초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제품 생산이 중단되면서 기존 고객사들의 이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울산공장은 ‘홀드’(Hold, 제조 공정 내 용기나 배관 내 내용물을 비우지 않고 밀봉상태로 유지. 장기화되면 재산상 손실 가능성 존재) 상태다. 이에 한화종화는 지난달 29일 국내외 거래선에 대해 원료를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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