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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빅뱅!II]해법① 선택 그리고 집중

  • 2015.12.03(목) 10:39

사업구조 재편·조직 슬림화는 필수
'융합의 시대' 고부가가치화로 승부

한국 제조업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고, 내수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2%대로 그치는 등 비관적인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업재편, 한계기업 정리에 나선 정부 등 고도 성장기를 지나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국내산업의 현 주소와 그 요인,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력산업들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국내 주요기업들도 변화를 시도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기존 사업외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이나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매각하는 등 사업재편과 함께 인력 조정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하게 바꾸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자' 

 

국내 대기업들의 최근 변화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삼성이 화학과 방산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에 나선 것도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의 한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의 변화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스마트폰 기술장벽이 낮아지며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만큼 보다 차별화된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모든 제품군을 연결시키고, 삼성페이 등 사용자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 'N'이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한 것도 기존 현대차 브랜드와의 차별화 필요성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 육성을 통해 고급 자동차시장에서 위상을 확보하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태원 회장 복귀후 과감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SK는 차세대 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통신과 화학, 반도체 등 기존 주력사업에 더해 IT서비스와 ICT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 5대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CJ헬로비전,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혔고, 해외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시장 확대를 추진중이다.

 

LG도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분야와 자동차부품 등의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이 분야 육성을 맡기로 한 상태다. 구 부회장이 직접 신성장사업을 챙기기로 한 만큼 이들 분야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의 화학사업을 가져온 롯데나 한화 역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포스코 역시 자회사 등을 대거 정리하며 본연의 사업인 철강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재편 외에 정기 인사철을 맞아 조직 슬림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소폭의 변화만 준 사장단 인사와는 달리 대대적인 임원 감축에 들어갔다. 전체 임원 규모가 30% 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최고경영자들의 변화가 많았던 LG 역시 전체 승진 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였다. 이미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포스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중공업·조선·해운 분야의 인력 조정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고부가가치'만이 살 길

 

한국 기업들이 제조업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들도 나온다. 제조업 패러다임이 그동안 저임금, 저가제품으로 경쟁하던 분야에서 고부가가치화와 혁신이 중요해진 분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은 물론 오랜 제조업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들도 부가가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력 제조업에서 일본과 한국, 중국의 추격을 받자 체질개선에 나서 국내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부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전략을 추구했던 것을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기전자산업은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으로 고도화가 이뤄지며 부가가치비율이 1995년 41%에서 2011년 66%로 상승했다. 일본의 전기전자산업은 국내 부가가치비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80%를 웃돌았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중간재 중심의 국제분업을 통한 산업발전 전략을 추진한 결과 국내 부가가치 비율이나 부가가치 수출비율이 낮아졌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산업도 구조변화를 통한 새로운 수출활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출기업들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접목시키는 범위의 경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치사슬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주요 산업별 융합 촉진요인(자료 : 산업연구원)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기술,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같은 제품군에서 기능이 합쳐지던 시대, 다른 분야의 기술이 결합되는 시대를 지나 앞으로는 각각의 가치가 결합되며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력산업 역량 강화 과정에서 산업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개방형 혁신 등을 통한 기술융합은 물론 제품, 공정, 물류 등에도 기존 접근법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분야는 환경친화적이고 편의성을 높인 고부가가치 선박, 철강 분야는 경량화·고강도화 등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 성장을 위해선 기존산업의 고도화와 경영혁신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충돼야 한다"며 "산업간 경계를 없애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촉진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창업 활성화를 통해 융복합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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