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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빅뱅!II]해법② 파괴적 혁신

  • 2015.12.08(화) 11:09

경쟁력 떨어진 주력사업 과감히 전환
GE·소프트뱅크 등 참고해야

한국 제조업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고, 내수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2%대로 그치는 등 비관적인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업재편, 한계기업 정리에 나선 정부 등 고도 성장기를 지나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국내산업의 현 주소와 그 요인,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한국 기업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경쟁력 확보와 함께 과감한 사업전환을 통해 재도약을 한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 기업들의 변신과 주력사업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았고, 단순히 비용절감 등의 방안으로 대응하지도 않았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질개선에 나서 '제 2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 기업들도 단순한 조직축소나 인력 구조조정에 그쳐서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일본기업에서 배워라

 

최근 일본기업들의 혁신사례를 연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주변환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초 LG그룹 최고경영진과 임원 300여명이 모인 임원 세미나에서는 일본 후지필름의 변신사례가 소개됐다. 과거 필름시장의 강자였던 후지필름이 위기를 맞자 과감한 변신을 선택해 재도약하는 과정이 공유됐다.

 

SK그룹도 지난 9월 사보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일본기업의 변신사례를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원가경쟁력 확보,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등이다.

 

 

사업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선 5개 정유기업이 합병해 출범한 JX홀딩스를 사례로 제시했다. JX홀딩스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니폰오일, 미쓰비시오일, 큐슈오일, 니폰마이닝, 쿄도오일 등이 순차적으로 합병해 2010년 탄생한 회사다. 합병이후 정유와 석유개발, 금속, 광물 부문 등으로 사업분야를 다각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택과 집중'에 나선 캐논의 사례도 거론됐다. 주력사업인 카메라와 복사기 외에 반도체 장비, 태양전지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던 캐논은 일본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채산성이 낮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더라도 기술기반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카메라, 복사기, 프린터 등 핵심역량 위주로 사업을 재편했다.

 

또 기존 기술과 신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컨버전스 상품을 적극 개발했다. 그 결과 캐논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원가경쟁력 확보와 관련해선 도요타의 사례를 소개했다. 도요타는 2000년부터 CCC(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 21 운동을 펼쳐 3년간 생산비용의 30%, 총 1조3000억엔을 절감했다. 특히 원가 절감으로 얻은 이익을 기능 추가를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 신형 부품 개발, 전기차 등에 투자해 성장기반을 닦았다.

 

신에츠화학도 주목할만한 사례로 다뤘다. 범용제품 위주 매출과 수익구조로 고전하던 신에츠화학은 기능성 화학제품에 역량을 모으는 전략을 선택했다. 창업 후부터 유지해온 비료사업에서 철수하고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의 재료로 활용되는 실리콘 웨이퍼 부문에 집중했다. 그 결과 신에츠화학은 실리콘 웨이퍼 분야 세계 1위는 물론 염화비닐 수지, 희토류 자석 등 실리콘 웨이퍼 생산과 관련된 소재 및 부품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혜인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위기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단순 비용 절감"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비용만 줄일 경우 결국 피인수, 매각, 또는 축소된 규모로 생존을 유지하거나 퇴출, 폐업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차이는 결국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읽는가, 그리고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의 차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강점을 어디서 찾고 어떻게 혁신하는가가 성공과 실패의 최종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 판을 바꿔라

 

사업재편 과정에서 미국 GE나 일본 소프트뱅크도 주목할만한 사례도 거론된다. 과거 가전제품의 대명사중 하나였던 GE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가전에서 손을 뗀다. 전통의 가전사업부는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로 넘어간다.

 

GE는 최근 금융사업을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지난 2000년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던 GE의 금융사업 비중은 지난해 28%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인프라 관련사업 비중은 25%에서 67%까지 높아진 상태다. GE는 최근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사업부문 인수를 진행중이다. GE 역사상 가장 많은 135억달러 규모의 거래다.

 

GE는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터빈, 엔진 등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사업확대도 예고하고 있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지난 9월 한 컨퍼런스에서 "GE는 디지털산업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며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에 오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의 변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 인터넷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소프트뱅크는 2000년대 중반들어 통신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 기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인터넷사업은 2005년 40%수준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한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 인터넷사업과 함께 소프트뱅크를 지탱하던 통신사업의 매출 비중 역시 지난해에는 8%에 그쳤다.

 

인터넷사업과 통신사업의 빈자리는 이제 모바일 관련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모바일관련 사업의 매출비중은 84%에 달했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3대 주자중 하나로 평가받는 겅호(Gungho)나 슈퍼셀(Supercell) 등이 바로 소프트뱅크 자회사다.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배 가량 증가한 1조9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미래사업으로 로봇분야도 키우고 있다. 2013년 로봇시장에 진입해 지난해에는 감정인식로봇 '페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판매가 시작된 페퍼는 4개월 연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GE와 소프트뱅크처럼 주력분야 혁신과 사업재편을 통해 새로운 수요와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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