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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짓눌린 철강업, 내년엔 어깨 펼까

  • 2015.12.28(월) 09:14

공급 과잉에 수요 감소까지..원료값 하락도 악재
중국 '일대일로' 효과 기대..내년 말 회복 전망도

"답이 없다.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한 대형 철강업체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업황에 대해 캄캄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철강업황 부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회복은 커녕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업황에 대해 한숨만 짓고 있다.

철강업황 부진은 중국발(發) 공급과잉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그나마 있던 수요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도 지지부진하다. 신흥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없다. 악재만 가득하다.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회복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 공급과잉 이어 수요감소

그동안 업계에서는 철강업황 부진의 이유를 중국에서 찾았다. 중국 철강업체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세계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자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중국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과잉 생산은 부메랑이 됐다.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자 재고가 쌓였고, 저가 제품이 쏟아졌다. 철강시장이 혼란에 휩싸이자 중국 정부가 나서 철강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중국에서 시작된 공급 과잉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던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주요 수요처인 조선, 자동차, 건설산업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 철강 및 원재료 가격 추이(자료:KDB대우증권)

철강 시장에서 열연강판의 가격은 고점을 찍은 지난 2011년 대비 약 6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원료인 철광석은 약 76%, 석탄은 약 80% 하락했다. 원료가격이 하락한 만큼 제품 가격도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제품 가격 하락의 원인이 단순히 원료값 하락 뿐만 아니라 수요 감소에 따른 현상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의 진원지인 중국은 정부 규제 강화로 조강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인위적인 감산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조강 생산량은 지난 3월부터, 그외 지역은 지난 2월부터 전년대비 감소하고 있지만 제품 가격 반등은 없었다. 업황 부진의 원인이 단순히 공급과잉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급과잉보다 수요 감소가 더욱 큰 문제라는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은 감산 등 제한적이나마 손을 쓸 수가 있지만 수요감소는 업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요원한 제품가격 인상

철강업황의 회복을 위해서는 제품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공급과잉 해소도 힘든 데다 수요마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수요 침체는 철강 가격 인상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 제품 수요를 견인하는 요소는 경기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 경기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주춤한 상태다.
 
▲ 철광석 공급 과잉도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만큼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가 이를 상쇄해줄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신흥국의 정치적 상황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다. 이런 요인으로 수요 침체가 일어났고 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울러 철강의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공급 과잉도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7년까지 철광석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는 철강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철광석 주요 소비 국가인 중국의 경우 호주, 브라질 등 철광석 생산원가가 낮은 지역으로부터 철광석 수입을 늘리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높은 지역으로부터의 수입량은 축소하고 있다.

◇ 내년 말에는 반등?

시장에서는 철강업황 회복 시기를 전망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철강업이 워낙 경기에 민감한 데다 공급과잉, 수요 감소 등 글로벌 철강업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업황 개선의 기미가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 만큼 글로벌 경기도 조금씩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또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경기부양책도 중요한 요소다. 전세계 철강 수요의 약 4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부양이 성공한다면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철강 수요를 일으키는 양대축인 부동산과 제조업의 업황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일대일로' 정책은 아시아와 유럽을 도로와 바닷길로 연결해 인근 지역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여기에 2억7200만톤의 철강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업계와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의 '일대일로'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하반기쯤에는 철강업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대일로'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내년 말로 보고있다. 따라서 글로벌 철강 업황도 이때쯤이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에게도 일정부분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요의 상당부분을 국내 업체들이 가져올 수 있어서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해 기술력을 앞세워 고급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고급제품 기술 격차가 2.5~3년 정도인 데다 중국 정부가 일반 철강제품 설비는 줄이고 고급제품 설비는 늘리고 있는 추세여서 시간이 갈수록 국내 업체들이 누릴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철강 업체들이 높은 수익성을 향유할 수 있는 국면은 내년 하반기에서 2년간 도래할 세계 철강 시황 반등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18년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고급제품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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