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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올해는 뜰까]③하반기엔 실적 턴어라운드

  • 2016.01.21(목) 14:39

상선·해양 모두 발주 감소..LNG 등 일부만 기대
저수익 구간 지속..하반기 불확실성 제거될 듯

한국의 조선업이 위기에 빠졌다. 수년전부터 이어진 업황 침체와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인한 후폭풍이 빚어낸 결과다. 업계에서는 턴어라운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조선 빅3의 실적 악화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올해 조선 빅3는 모두 '흑자 전환'을 지상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강도 구조조정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독(毒)이 됐던 해양플랜트 물량도 여전히 남아있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내 조선업을 진단한다. [편집자]
 
 
올해 조선 빅3 수장들의 공통적인 화두는 '흑자'다. 짧게는 2분기, 길게는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조선 빅3의 열망은 강하다.
 
하지만 올해도 조선 빅3가 의미 있는 흑자를 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업황 부진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선, 해양플랜트 등 전반적인 선박 발주 전망도 어둡다. 그나마 이미 수주한 해양플랜트 물량이 올해 상당 부분 인도돼 리스크를 덜 수 있다는 정도가 위안거리다.

◇ 끝없는 '저수익 터널'
 
작년 글로벌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저하됐다. 이유는 세 가지다. 선박 발주 둔화, 선가 하락, 경쟁 심화다. 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글로벌 상선 발주는 전년대비 26.2% 감소한 8234만DWT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조선가도 연초대비 5.1%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중국, 일본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조선 빅3를 비롯해 중국의 중국선박공업(CSIC), 중국선박중공(CSSC), 일본의 가와사키, 미쯔이조선, 나무라조선 등 주요 조선업체들의 적자가 확대되거나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저유가로 해양부문 발주가 급격하게 줄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및 LNG선 발주가 작년 하반기부터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 등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컨테이너선 과잉공급으로 운임 하락이 심화되자 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자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NG선도 지난 2014년 이후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해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발주 둔화는 올해 조선 빅3의 수주 물량 확보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 자료:클락슨, 단위:백만DWT.

벌크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조선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벌크선의 경우 컨테이너선이나 LNG선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일본 업체들은 엔저를 등에 업고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면서 벌크선 수요도 급감했다. 그 결과 작년 11월 현재 벌크선 신조선가는 연초대비 28%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조선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글로벌 조선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수주 부진과 더불어 해양플랜트 리스크라는 부담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수익 구간 탈출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업황 회복과 국제 유가 반등만이 살 길이라는 이야기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부진에 따른 글로벌 조선사들의 외형 감소와 저수익 국면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해양자원개발 수요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조선업의 의미 있는 수익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조선 빅3 "올해도 어렵다"

올해 국내 조선업체 수장들의 신년사에는 그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조선업체들은 올해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업체 중 그나마 양호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조차도 올해 수주환경이 작년보다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도 대부분의 선종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선사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실적 회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흑자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내실을 기하는 데에 중점을 두자고 당부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 극한의 비용절감을 강조했다.
 
▲ 시장에서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업황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별로 강점이 있는 선종을 선택해 수주에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기에는 현재 처한 상황이 너무도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장의 전망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일단 시장에서는 올해 조선 빅3 실적에 대해 작년과 같은 대규모 어닝쇼크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상선 발주 부진과 해양플랜트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각 업체별로 선종을 선별해 수주에 나서야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좋은 LPG선과 탱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확대가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저수익 해양플랜트 물량을 차질없이 털어내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한다고 보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선박 발주 규모는 작년 대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올해 조선 업황은 주력시장인 가스선과 PC선의 발주 여부, 해양 생산설비 적기 인도 및 FLNG 발주여부, 추가적인 시추설비 지연·취소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고개드는 낙관론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과 작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부실을 선반영한 만큼 작년 4분기 실적부터는 조금씩 흑자를 거두는 곳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올해 이란 제재가 풀려 탱커선 발주를 기대해볼 수 있고 LNG선에 대한 수요도 작년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작년 4분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소폭이지만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아직 구조조정 등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에는 이른 시점인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분기별로 적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업계와 시장에서는 작년 4분기 조선 빅3의 실적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조금씩 불확실성을 제거해가며 하반기쯤에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부증권은 작년 4분기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흑자전환한 670억원, 삼성중공업은 5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55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소폭이나마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얘상되는 가운데 각 업체들의 구조조정의 효과가 미약하나마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해양부문 손실을 일괄 반영한 이후 향후 대규모 적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하지만 시추설비의 추가적인 인도 지연이나 발주 취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3분기까지의 실적은 거의 바닥까지 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다"면서 "최근 수년간 해양플랜트에 대한 비싼 수업료를 치렀고 올해부터는 강점이 있는 부문에 대한 수주에 집중할 예정인 만큼 하반기부터는 조선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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