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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동양을 탐하다

  • 2016.03.17(목) 10:45

유진 측, 동양 지분 매입해 경영권 확보
동양 측, 단기 투자자금 회수 차원

기업 회생절차를 마무리한 ㈜동양의 경영권을 두고 동양 경영진과 유진그룹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유진 측은 동양 경영권을 인수해 레미콘을 주력으로 하는 건자재 사업에서 시너지를 노린다는 계획인 반면 동양은 단기 투자자금 회수에 불과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동양 이사회에 참여하고, 향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동양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동양 최대주주는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 9.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유진그룹은 0.44%포인트 모자란 9.31%의 지분율로 2대 주주다.

 

 

◇ 동양 공략 첫수는 이사수 확보

 

오는 30일 열릴 예정인 동양 주주총회에선 이사 수 증원과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 여부가 핵심 안건으로 떠올랐다.

 

동양은 지난 2013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 2월3일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용건 법정관리인이 동양 대표직을 맡게 됐다. 법원은 정관을 개정해 이사 수를 기존 16명에서 10명으로 축소했다.

 

이는 회사 현금성 자산을 노리는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동양 측 설명이다. 현 경영진들의 의결권이 파인트리운용이나 유진그룹보다 부족한 탓에 이사회를 현 경영진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사 수를 줄여 주요 주주들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반면 파인트리운용과 유진그룹은 동양에 이사 수를 10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각 3명씩 6명의 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동양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실제 유진그룹은 최종성 유진기업 대표와 오영석 유진기업 경영지원실장, 오주성 유진PE 부대표 등을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때문에 양측은 주주들의 의결권 표심 잡기에 들어갔다.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동양의 현 경영진은 건재 및 섬유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이 7%를 넘어서는 등 건실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설비개선과 신규 투자를 진행,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영업이익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 및 자기주식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양 관계자는 “파인트리운용과 유진기업은 단기 투자자금 회수를 원하는 것”이라며 “2대 주주가 전체 의결권의 77%를 보유한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사 수 축소는 주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동양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이사회 참여를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을 감시하고, 때로는 조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알짜로 거듭난 동양

 

이처럼 유진그룹이 동양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회생절차를 통해 동양이 알짜 기업으로 변신했고 레미콘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동양시멘트 지분을 삼표에 매각하는 등 자금을 마련해 채무를 상환하고, 현재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동양은 주력인 시멘트 사업을 접었지만 레미콘을 중심으로 한 건재사업과 건설 및 산업설비, 섬유사업 등을 영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전년대비 45.8% 증가했고, 매출액 역시 9.8% 늘어난 418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건재사업은 전체 매출의 47%, 영업이익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진그룹은 동양이 보유한 지역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다. 유진과 동양의 주력인 레미콘 사업은 장기간 제품 보관이 어렵고, 생산 지역에서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지역에 제품을 운반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역마다 생산 공장 및 제품을 운반할 수 있는 운송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유진그룹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동양은 강원(춘천)과 경상(김해) 지역을 확보하고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동양 경영권을 확보해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레미콘 사업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동양의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더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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