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국내 정유4사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제마진이 전분기보다 떨어져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면서 재고이익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정유4사는 4조6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두며 국내 산업계를 이끌었다. 정유 뿐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유 등 전 사업의 고른 성장세에 힘입어 정유사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SK 압도적 1위.. GS칼텍스 위협하는 에쓰오일
국내 정유사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큰 SK이노베이션은 맏형다운 호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정유산업을 이끌었다. 특히 2분기에는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195억원, 매출액은 10조2802억원이다. 올 상반기에만 SK이노베이션이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1조9643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한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흔들렸다. 2분기 영업이익은 7663억원, 매출액 6조1748억원을 달성하며 2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1분기 부진 여파가 남았다. GS칼텍스는 지난 1분기 3159억원의 영업이익에 머물며 2위 자리를 에쓰오일에 내줬다. 당시 GS칼텍스는 기대 이하의 실적 원인으로 “재고물량 등을 보수적으로 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실적 제외) |
이에 반해 에쓰오일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달성하며 GS칼텍스를 바짝 추격했다. 2분기 영업이익 6429억원, 매출액 4조1984억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에 영업이익 2위 자리를 내줬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GS칼텍스를 앞섰다.
상반기 GS칼텍스 영업이익은 1조822억원, 에쓰오일은 1조1347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슈퍼 프로젝트 등을 통해 고부가 제품 생산능력 강화와 에너지 효율 개선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막내인 현대오일뱅크 역시 야무진 면모를 보였다. 국내 정유사들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14년에도 유일하게 흑자 행진을 지속했던 현대오일뱅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경영 위기에 처해있어 현대오일뱅크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2분기 현대오일뱅크 개별기준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2849억원, 2조7520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중공업 계열사 중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많았다. 자회사를 포함하면 영업이익 3230억원, 매출액 2조8137억원으로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 재고이익 본 정유, 화학·윤활유 성장 지속
상반기 정유사 실적을 들여다보면 주력인 정유사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전 사업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분기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강세 효과를 봤다. 작년 말부터 휘발유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었고, 아시아 지역 내 정제설비 정기보수 등으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반면 2분기 들어선 마진이 전 분기보다 약세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실적을 결정 짓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 1분기 배럴당 5.5달러였지만 2분기엔 3.3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재고이익이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약 3700억원, 에쓰오일은 1450억원 규모의 재고이익을 거뒀는데 이 중 대부분이 정유사업에서 발생했다.
국제유가에 따라 정제마진 및 재고평가손익 변동성이 큰 탓에 정유사들은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해 실적 변동성을 줄인다.
지난 2014년의 경우, 정유 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 시황 악화로 사업 다각화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화학제품 시황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어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등의 제품 스프레드가 아시아 지역 내 신규 설비투자 지연 및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고공행진 하면서 이 사업에서 많은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화학 사업에서 30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분기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윤활기유 사업도 정유사들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갈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고급 윤활기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품질 윤활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 2014년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이 모두 부진했을 때도 윤활기유는 나홀로 성장하며 적자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화학사업과 함께 실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약세에도 재고이익이 발생해 실적 성장세가 지속됐다"며 "화학 및 윤활기유 사업도 호조세를 보이는 등 지난 상반기에는 부진한 사업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