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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28 쇄신]④'각자도생'…주목받는 중공업·엔지니어링

  • 2017.03.02(목) 19:16

미래전략실 사라진 이후 독자생존 절실
합병 재추진 가능성..물산이 중심될수도

삼성의 계열사 '각자도생'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불황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나빠진 마당에 예전과 같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이에 따라 합병 재추진 등 지배구조 개편 개연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 자율경영을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삼성 계열사들은 그동안 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누렸던 시너지 효과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컨트롤타워로서 계열사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이끌어왔던 핵심조직(미래전략실)이 공중분해되면서 계열사간 협업관계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편이 어렵거나 규모가 작은 계열사들은 기댈 언덕이 마땅치 않아 지금보다 더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조선과 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1조206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인해 매년 예외없이 감소하며 2015년에는 1조50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벌이가 신통치 않자 빚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2012년 말 3조1930억원이던 차입금은 2015년 말에는 5조330억원으로 확대됐고, 부채비율 또한 214.9%에서 305.6% 껑충 뛰었다. 급기야 지난해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요구받고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1조1400억원 유상증자도 자구안의 일환이다. 이 덕분에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47.4%로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상황이 더 안 좋다. 2013년 영업손실(연결기준) 1조280억원에 이어 2015년에도 1조55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3129억원)에 빠졌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 또한 지난해 2월 1조265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 급한 불을 꺼야 했다.

당시 적잖은 도움을 준 곳이 계열사들이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1811억원)를 비롯해 6개 계열 주주사들로부터 총 2473억원을 출자받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SDI(1434억원), 삼성물산(855억원) 등 2개 주주사로부터 총 2289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2월 보유중인 자사주 302만4000주를 넘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재 301억8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외부차입을 할 때도 삼성이라는 이름값이 크게 작용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에 BBB+ 등급을 부여했는데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독자신용등급보다 한단계 높은 것이다.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고려했다는 게 나이스신평의 설명이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조원 가까운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에서 받았다.


두 회사가 처한 어려운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472억원을 기록, 2년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엔지니어링도 급격한 반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700억6000만원에 머물며 2012년(7367억원)의 10분의 1도 안되는 규모로 쪼그라 들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버티면 그룹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사들이 사업적 연관성 부족과 추가적인 부실 가능성 등을 이유로 지원을 꺼리면 두 회사는 급한 불을 꺼야할 때 제때 대응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지금으로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다른 어느 삼성 계열사보다 독하게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 회사는 플랜트 분야의 시너지 등을 이유로 2014년 합병을 추진했으나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으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삼성엔지니어링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삼성중공업 주주들이 손해보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며 "합병을 추진하면 통과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한차례 합병무산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보다는 삼성물산 중심으로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전자·생명과 함께 그룹의 3대축 가운데 하나이고 건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합병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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