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너 일가의 대표적 사유(私有) 기업이 제2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과거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으로 큰 재미를 봤던 터라 머리 속에 실패란 단어는 없다. ‘지흥’ 얘기다.
LG가(家) 4세가 이번에도 넉넉하게 실탄을 쏴줬다. 이 4세의 재산 형성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성공은 필수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소속 계열사 지흥은 지난 17일 3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 대상으로 주당 액면가(5000원)에 60만주를 발행했다.
지흥은 1인기업이다. 구본준(66) LG 부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 구형모(30) LG전자 과장이 유일주주다. 당연지사 구 과장이 증자에 전액 출자했다. 구 부회장은 LG 서열 2위로, 구본무(72) LG그룹 회장의 둘째동생이다.
구 과장은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사업을 위해 2008년 4월 10억원을 들여 지흥을 설립했다. 몇 개월 뒤 1억원을 대겠다는 개인 2명을 주주로 받아들였지만 이후 다시 사버렸다.
2010년말만 해도 지흥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자기자본 마이너스 62억원. 사업기반이 채 조성되지 않은 탓에 매출이라곤 보잘 것 없었다. 시설투자를 위해 적잖은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다 쓴 탓에 이자로 빠져나가는 돈도 많았다. 순익적자가 이어졌다. 결손금이 73억원에 달했던 해다.
구 과장은 2011년 2월 20억원을 추가로 집어넣었다. 이를 신호로 지흥은 180도 달라졌다. 2011년, 전년의 무려 6배인 7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에는 1260억원으로 불어났다.
순익 또한 75억원 흑자 전환에 이어 이듬해에는 84억원으로까지 뛰었다. 설립 이래 까먹었던 결손금을 모두 메꾸고도 남았다. 2012년 말에 가서는 86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였다.
이러기까지 든든히 뒤를 받쳐준 LG 계열사가 있다. LG화학이다.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 LCD 편광판을 생산한다. 지흥이 편광필름을 LG화학 등에 공급했다. 2012년 LG화학 매출 비중이 20.2%(256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2013년 이후로 지흥은 다소 주춤했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광학필름 시장이 침체된 영향을 탔다. 매출이 2년연속 800억원대에 머물렀다. 순익 역시 2014년에는 10억원 남짓으로 축소됐다.
구 과장은 2015년 9월 결단을 내렸다. 가장 큰 돈벌이로 삼았던 광학필름(2014년 매출 654억원) 부문을 창성시트란 곳에 75억원을 받고 팔았다. 지흥의 2015년 매출이 43억4000만원에 불과한 이유다.
6년여만에 이뤄진 구 과장의 출자는 지흥이 주력사업을 정리한 와중에 나왔다. 지흥의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추가로 자금을 댄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타깃은 자동차 부품사업으로 볼 만 하다.
힌트가 있다. 지흥은 2014년 8월 자동차·가전 등의 센서·시스템 개발업체 센시스(현 센티온)에 18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4월에는 자동차 엔진 부품업체 지엔에스쏠리텍으로부터 센서사업을 23억원에 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