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전력산업의 구원투수였던 민간발전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블랙아웃(2011년) 사태 이후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린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됐다. 전력 용량요금 인상으로 수익성은 전보다 조금 개선됐지만 여전히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민간발전사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발전소는 지었지만 발전소를 가동시키지 못하는 민간발전사의 고충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재무부담도 늘었다.
무엇보다 전력수요의 성장세가 더뎌 민간발전사들의 발전소 가동률은 지금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녹록치 않은 사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민간발전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 SMP 급감…민간발전사 수익에 직격탄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간발전사를 포함한 국내 발전사들은 생산한 전력을 정해진 SMP(전력도매가격)에 따라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을 송배선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한다.
SMP는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의 가격으로 책정된다. CBP(변동비 반영 발전시장, 가격이 싼 발전원부터 가동 시작)에 따라 전력수요가 많을수록 발전원이 비싼 발전소까지 가동해야 하는데, 이 시점의 발전원 가격을 SMP로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해 평균 SMP는 KWh(킬로와트시) 당 76.9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4.6원(25%) 감소했다. 3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74.7원 급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력수요가 줄어들자 발전원이 비싼 발전소를 가동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SMP가 하락했다.
▲ SMP(전력도매가격) 결정 구조 |
이는 민간발전사의 실적으로 나타난다. 특정 산업단지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일부 민간발전사를 제외하면 국내 민간발전사들의 영업이익은 최근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제 SK E&S는 지난 2013년 영업이익(별도기준) 5294억원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2870억원으로 약 45% 쪼그라들었다.
포스코에너지나 평택에너지서비스 등 민간발전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연초 실적 저하폭이 크고,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무산된 포스코에너지와 평택에너지서비스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전력수요 감소는 LNG복합발전소 가동률을 낮추고 SMP도 떨어뜨린다”며 “제조기업과 비교하면 판매량 뿐 아니라 제품 가격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발전소를 돌리고 싶다
민간발전사들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요원하다. 전력수요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수요 성장은 국내 경제성장세와 흐름을 같이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총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연평균 6.9%)보다 조금 높은 7.5%를 기록했다. 중화학 공업 중심의 고도 경제 성장과 빠른 전력 보급이 고속 성장의 배경이다.
반면 2000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9%로 하락하자 총 에너지 소비 증가율 역시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2.7%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0년 이후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고 인구도 줄어들고 있어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2011년 블랙아웃 사태 이후 오히려 정부의 강력한 전력 수요 관리 정책이 시행, 이후 총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1% 미만으로 하락한 상태다.
다만 민간발전사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LNG복합발전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원자력 및 석탄화력발전소의 노후화와 환경오염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가격이나 전력용량 등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후화돼 폐지될 예정인 석탄발전소를 대체하고, 아직은 가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역할을 LNG복합발전이 할 수 있다는 게 민간발전사들의 입장이다.
또 다른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당장은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등 기저발전 확충으로 LNG복합발전소의 경영여건이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소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문제를 방지하고, 신재생에너지보다 싼 LNG복합발전이 신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