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관련해 두가지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다.
KAI 이사회는 어제(10일) 3개월여 공석이던 대표이사 사장에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25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이변은 없어 보인다.
오늘(11일) 검찰이 하성용 전 사장을 분식회계, 배임과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하 전 사장은 자본시장법과 상법 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기·배임, 뇌물공여, 배임수재, 업무방해 등 많은 혐의가 적용됐다.
내용으로는 방위사업청에 고등훈련기 등을 납품하면서 부품 원가를 부풀려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기도록 지시했고, 이라크 공군공항 건설 등 해외프로젝트에서 미실현된 이익을 회계에 선반영해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다. 또 부정청탁을 받고 채용을 지시했고 측근 인사가 퇴사후 설립한 협력업체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혐의도 받고 있다.
KAI는 검찰 발표후 자료를 내 고객과 주주, 투자자, 협력업체, 국민에 사과하고 "수사결과를 존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좀 더 들어가면 하 전 사장의 혐의에 대해 내부 반응은 대체로 세가지로 모아진다.
부품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KAI 또는 방산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법적으로 다툴 여지는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품 협력업체와 거래 및 납품대금 지급체계, 해외 발주처와 거래 및 대금 수취체계의 특수성도 감안해서 회계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다소 개인적인 성격의 혐의들, 부정 채용이나 일감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직원들도 사실여부를 궁금해 하고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마지막은 임직원 모두 얘기하기를 꺼리고 난감해 하는 주제다. KAI와 같이 사실상 정부(국책은행)가 대주주이거나 포스코, KT와 같이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이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CEO와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한다는 피해의식이다.
하성용 전 사장 또한 KAI에서 퇴직한 뒤 CEO로 돌아온 KAI맨이지만, 이전 정권과 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게 직원들 평가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연임할때 내부에서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같은 내부 분위기는 신임 사장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부품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향후 김조원 사장 재직때 이같은 논란 또는 혼선이 없도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내정자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 "전공이 회계"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곡된 정보는 없는지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했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직원들도 내정자가 25년을 감사원에서 재직한데 대해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는 김 내정자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점 등을 감안하면 '보은 인사'라는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는다. 김 내정자는 방위산업 또는 항공산업에 대해 대해 문외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조율, 해외수출을 이끌 관료경험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반면 그동안 많은 사례에서 확인됐듯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는 기업이 정치바람을 타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대대적인 검찰 수사와 분식회계 관련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가 진행된 지난 3개월은 KAI에 잃어버린 시간이다. 초기물량만 17조원 가량의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수주와 굵직한 해외수출건들, 한국형전투기 개발 등 숙제가 산적하다. '방산기업=비리' 눈총을 받으며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더라도 업무로 이런 우려를 씻고 명예롭게 퇴임하는 CEO를 보고 싶다. 김조원 신임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