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돈맛'에 흠뻑 취했다. 올해 1분기 역대 두번째로 좋은 영업이익을 내더니 2분기부터는 사상 최대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맏형 격인 삼성전자에 가려 명함을 못내밀고 있을 뿐이지 삼성전기·삼성SDI 등 지난해 고전했던 부품계열사들이 올해는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9개 계열사(표 참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5조18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올린 영업이익(5조5671억원)보다 10조원 가량 많았다. 증가율로 따지면 172.8%에 달한다.
이들 계열사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영업이익은 40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이 20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물론 주역은 단연 삼성전자다.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한 비중이 96%에 달했다. 다른 계열사들이 못했다기보다는 삼성전자가 워낙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만 14조5332억원, 누적으로는 38조49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둘다 역대 최대실적이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각각 179.5%, 92.3%에 이른다.
너무 큰 금액이라 감을 잡기 어렵다면 직원 1인당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의 본사 직원수는 10만명이 약간 안되는데(9만8541명,반기보고서 기준), 이를 토대로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직원의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계산하면 각각 18억원, 4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프로그램인 '서민갑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연매출이 10억~20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는 그런 능력자가 10만명이나 모여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모든 직원들이 다 똑같은 성과를 낸 건 아니다.
1등 공신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크게 가전(CE)·IT모바일(IM)·부품(DS)부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부품부문에 속한 반도체사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올린 매출은 19조9100억원. 이 가운데 절반인 9조9600억원이 이익으로 떨어졌다(영업이익률 50%).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반도체가 책임진 셈이다.
이달초 실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7명중 4명이 반도체부문에서 배출된 것도 이런 성과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사업 호조로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2조2407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부품 계열사들도 청신호가 켜졌다.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로 지난해 4분기 적자에 빠졌던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흑자전환을 하더니 2분기와 3분기 연속 흑자폭을 키웠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1032억원으로 2013년 2분기(1093억원) 이후 4년여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가 신모델 생산량을 늘려감에 따라 부품 공급량이 덩달아 증가한 결과다.
지난 2년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낸 삼성SDI도 올해는 적자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2억원으로 2분기(55억원)보다 흑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3분기 1104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점에 비춰보면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폴리머 전지 공급량이 늘어나는 등 전지사업이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삼성SDS는 역시 듬직했다. 수익성이 높은 IT 서비스 부문이 힘을 내면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923억원으로 12.7% 증가했다. 이 덕분에 영업이익률 8.3%를 기록,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만에 8%대를 회복했다.
건설·중공업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삼성물산의 3분기 영업이익은 22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9% 늘었지만 올해 2분기와 견주면 13.7% 줄었다. 흑자기조는 유지했으나 주력인 건설부문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236억원, 15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침체 영향으로 올해 들어 줄곧 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원대에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100억원대 영업이익에 갇혀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미래의 먹거리인 수주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수주 목표(65억달러)를 달성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물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