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正道) 경영’의 길을 올곧게 걸어 온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애도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3일간의 비공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른다고 밝혔지만 애석함을 추스릴 수 없는 때문일까. 생전 인연을 가진 인사들은 물론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은 이틀째에도 이어졌다.
▲ 21일 빈소를 방문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21일 고(故) 구본무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2004년 외교부 장관 시절 고인과 비행기에서 만난 인연을 회상했다.
반 전 총장은 “영국에서 국내 경제를 소개하는 로드쇼를 하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고 있었다. 마침 전기 문제로 보좌관 자리의 전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고인이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지만 보좌관들은 자료를 봐야 한다’며 자리를 바꾸셨다.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아울러 “구 회장이 ‘내가 머리 수술을 받아서 몸이 좀 불편해서 목소리도 잘 안 나온다. 좀 지난 다음에 나을 테니 그때 만나자’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때 문병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생전 인연을 가진 재계 및 경제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큰 별’이라 표현하며 고인을 기렸다. 손 회장은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다. 정도경영에 앞장선 분인데 큰일을 하고 가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손 회장은 후계자로 결정된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에 대해서도 “(구 상무를 비롯해) 이제 새로 맡으신 분들이 (구 회장의) 위업을 이어 나가실 것이다. LG에는 중진들이 많이 있으니까 다 도와줄 것이다. 원래 LG는 화기애애한 그룹이다”고 말했다.
손 회장 외에도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 수장들도 조문에 참석했다. 또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3대 그룹 오너 경영자들 모두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 21일 빈소를 방문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LG 임원단도 단체 조문을 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6명의 부회장을 비롯해 40여 명의 LG 임원단이 단체로 빈소를 찾았다. 차 부회장은 조문을 마친뒤 “황망하고 할 말이 없다”면서 “구 회장이 아끼지 않은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날 장례식장에는 허례허식을 피하고 검소하고 소탈한 생활을 했던 고인의 삶처럼 떠나는 자리까지 요란함없이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유력 인사들의 장례식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과는 달리 재계 4위 총수의 장례식장에 놓인 조화는 7개 뿐이었다. LG그룹 임직원들의 조화 1개와 허창수 GS 회장·구자열 LS 회장·구자원 LIG 회장 등 범LG가 명의의 3개,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국무총리·정세균 국회의장의 조화 3개가 전부였다.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은 22일 엄수된다. 유족은 수목장(樹木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 뿌리에 묻는 장례 방식이다. 장지(葬地)는 경기 광주시 곤지암 인근 숲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 측은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