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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대 성큼]③LG·두산·현대重 '변신과 진격'

  • 2018.06.15(금) 17:45

재계 미래성장동력 확보 위해 '각축'
아직은 투자단계지만, 수년내 선두권 가능성

로봇시대는 공상과학소설 속 미래가 아닌 현재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은 이미 일자리를 놓고 사람과 경쟁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 일하고 밥을 먹고 퇴근해 쉬다가 잠이 들 때까지, 우리 생활 속에 로봇이 개입하는 빈도는 점점 높아진다. 로봇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또 이와 함께 발전하는 로봇산업은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흘러갈지 짚어본다.[편집자]

 

"로봇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겠죠. 연구소에서 하고 있습니다. 무엇에 필요한 로봇인지 목적이 명확해지면 사업이 빨리 활성화할 겁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박람회) 2018'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한 말이다. 이 말 전에는 당시 수감 중이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신사업 전략 수립이 어려운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 LG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를 공개하고 서빙·포터·쇼핑카트 로봇 등 신규 로봇 3종을 소개했다.(사진: LG전자)
 

그 CES에서 LG전자는 3종의 로봇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식음료 서빙·포터·쇼핑 카트 등 서비스 로봇으로 '로봇 상용화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성과가 없다. 삼성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었다.

 

로봇사업은 오늘을 사는 기업들이 내일을 위해 '어찌됐든 해야만 하는 사업'이 됐다. 국내 재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쉽게 보인다.

 

CES에서 서비스 로봇 제품을 선보인 LG전자는 내달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가 실시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취득할 예정이다. 투자금액은 약 536억원. 이어 내년 말까지 로보스타 경영진 보유 주식을 340억원에 인수해 지분율을 33.4% 늘린다. 인수합병(M&A)이란 방식으로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의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국내 선두권에 있는 업체다. LG전자는 로보스타 인수를 통해 '지능형 자율공장' 구축에 산업용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뿐 아니라 로봇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전문업체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고, 올해 1월에는 로봇솔루션과 교육용 로봇에 강점을 지닌 로보티즈란 업체에도 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2%를 취득했다.

 

두산그룹은 3년전부터 협동로봇 시장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두산은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했고 2년 여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작년 4개 모델의 협동로봇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인 ㈜두산이 14%, 두산 자회사인 디아이피(DIP)홀딩스가 86%의 지분을 가졌는데 특히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등 최고위층 경영진 관심이 크다고 알려졌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박지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9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두산로보틱스 공장을 방문해 협동로봇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두산)

 

두산로보틱스는 경기도 수원 고색동 공장에서 연 최대 2만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협동로봇 양산체제를 갖췄다. 이 공장 역시 사람과 협동로봇이 일부 공정에 함께 서있는, '협동로봇이 협동로봇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두산의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안전한 협업을 보장할 수 있도록 매우 민감한 충돌 감지력을 갖췄고, 오차범위 0.1㎜의 반복 정밀도를 갖춘게 자랑이라는 설명이다.

 

두산은 협동로봇 1호 납품처가 된 일진그룹의 주요 계열사 공정에 올해 말까지 자사 협동로봇을 투입키로 했다. 또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온 현대자동차에도 협동로봇 납품을 검토 중이다. 작년까지는 매출 없이 영업손실 95억원, 순손실 102억원 등 적자를 냈지만 올해부터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하면 흑자도 머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그룹 사실상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로봇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현대중공업을 분할할 때 로봇사업을 떼내 만든 회사(옛 현대로보틱스)다.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은 1984년 내부에 '로봇사업팀'을 꾸린게 시작일 정도로 오래됐다. 현대기아차나 중국 베이징(北京)자동차, 하이얼(海爾, Haier) 등에 납품하는 등  전통적 로봇 강자라 할 수 있다. 작년의 경우 매출 2745억원에 8.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 현대중공업지주가 생산해 완성차 조립라인에 배치된 산업용 로봇(사진: 현대중공업지주)

 

하지만 최근에는 종전과 달라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5월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 3위인 독일 쿠카(KUKA)그룹과 공동 연구개발, 국내 생산 등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나서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로봇사업 육성이 그룹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네이버의 연구개발 법인 네이버랩스와도 로봇사업 협력 MOU를 맺고 서비스 로봇 개발과 생산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연말까지 3차원 실내 정밀지도를 제작하는 로봇 'M1'과 맵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위치파악과 경로 생성을 통해 자율주행 및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AROUND'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품은 한화테크윈에서 로봇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3월 독자기술로 가반하중 5㎏의 6축 다관절 협동로봇 'HCR-5'를 출시했고 올해 가반하중 3㎏와 12㎏급 모델 2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전·간편·유연'이라는 세가지 관점이 이 회사 협동로봇이 집중하는 모토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위아, 현대로템이 각각 개별적으로 로봇사업에 나서고 있다. 올 초에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의 세계일류 수준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또 올해 안에 조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로봇산업은 독일, 미국, 스위스, 일본 등 기존 산업용 로봇 강국 비해에 성숙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협동로봇, 서비스 로봇 등은 무한한 경쟁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장"이라며 "상품 개발 성패에 따라 누구든 세계 수위권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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