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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규제’ 강화 ‘하 수상한 시절’…발빠른 유진

  • 2018.07.14(토) 13:23

유경선 일가, 빌딩 임대 천안기업 지분 68억에 매각 탈출
후계자 유석훈, 1인 개인회사 선진엔티에스 지분 싹 정리

‘하 수상한’ 시절이다. 흔히 ‘일감몰아주기’로 통칭되는 대기업들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요즘 재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재벌개혁의 전도사’ 김상조 위원장이 지휘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공정거래법을 전면 뜯어고쳐서라도 사익편취와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차단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참이니 말 다했다.

☞ 대기업 지배구조 타깃 ‘규제 쓰나미’ 덮친다
☞ ①‘올 것이 왔다’…총수 사익편취 규제 ‘리스트’

☞ ②‘올 것이 왔다’…총수 사익편취 규제 ‘리스트’


재계로서는 ‘죽을 맛’이다. 이런 와중에 재계의 ‘뉴 페이스(New Face)’ 유진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규제 대상인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올해 5월 재계 59위로 새로 편입된 곳이다. 유경선 회장 일가와 2세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2곳의 지분을 정리해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 유경선 유진 회장

 


◇ 오너 일가의 ‘돈줄’

14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지난 13일 계열사 천안기업 지분 74.5%(보통주·우선주 합산 122만주)를 인수했다. 금액은 118억원(주당 9704원)이다. 소유지분은 6.4%에서  80.9%(133만주)로 확대했다.

유진기업이 사들인 지분은 기타주주 1명의 31.5%(52만주) 외의 43.0%(71만주)는 유진 오너 일가 5명의 지분이다.

유경선 회장(지분 24.2%·금액 38억원)을 비롯해 셋째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17.1%·27억원), 막내동생 유순태 유진홈데이 사장(1.3%·2억원), 장남 유석훈 유진기업 상무(0.3%·5240만원)와 부인 구금숙씨(0.1%·1160만원) 등이 면면이다.

딜을 통해 유경선 회장 일가는 68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반면 천안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종전 62.1%에서 유창수 회장 11.6%, 유창수 부회장 7.6% 등 도합 19.1%로 낮아졌다. 공정거래법상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천안기업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부동산임대 업체다. 현재 서울 여의도 소재의 지상 15층·지하 3층짜리 유진그룹빌딩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원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여의도사옥으로 썼던 건물이다.

천안기업은 2014년 말만 해도 총자산이라고 해봐야 14억원에 매출은 전혀 없던 ‘껍데기’ 뿐인 회사였다. NH농협은행외 2개 금융기관 차입금 600억원과 이에 대한 유진기업의 760억원 채무보증을 기반으로 2015년 5월 중진공으로부터 645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천안기업은 2016~2017년 각각 매출 61억원, 64억원에 영업이익 35억원, 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0% 안팎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아 순이익 또한 각각 10억원, 14억원에 이른다.

비결은 뻔하다. 이 건물에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입주해 있는 까닭에 두 관계사로부터 받는 임대수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작년만 보더라도 유진기업(15억원)과 유진투자증권(48억원)의 매출이 전체 매출이 98.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 후계자의 미래 ‘돈줄’

이렇다보니 유진 주력사들의 임대료 수입을 기반으로 오너 일가들이 손쉽게 재산을 불린다고 말들도 많았다. 총수일가 지분이 20%(상장 30%) 이상인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매출 200억원 이상 혹은 12% 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 표적이 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 것은 당연지사다.

유경선 회장으로서는 천안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율을 20% 밑으로 떨어뜨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한 것이다. 아울러 이참에 후계자가 유일(唯一) 주주로 있는 계열사도 정리했다.

천안기업의 지분거래가 있던 날 유진기업 소속 계열사인 선진엔티에스는 유진기업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유석훈 상무가 지분 100%(1만주)를 5억원가량(주당 5만860원)을 받고 유진기업의 100% 자회사인 한국통운에 넘긴 것이다.

선진엔티에스는 2005년 7월 설립된 도로 화물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총자산 40억원의 물류업체다. 아직은 외형이 보잘 것 없지만 앞으로 유진 후계자의 ‘돈줄’이 될 만한 것으로 의심받아왔던 계열사다.

선진엔티에스는 작년 매출 15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유진기업(28억원), 우진레미콘(17억원) 등 계열 매출이 29.6%(47억원)에 이를 정도로 유진 계열사들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유진은 오너 일가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인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기존 8개사에서 유진기업을 비롯해 유진에너팜, 남부산업, 당진기업, 우진레미콘, 이순산업 등 6개사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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