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전자, 디스플레이, 통신, 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유임시켰다. 세대교체형 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구광모 회장은 '안정'을 택했다. 대신 구 회장이 직접 관할하는 ㈜LG는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기존 팀장들을 대거 교체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 LG그룹은 28일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19년도 정기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구광모 회장이 큰 폭의 인적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회장급 전문경영인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
◇부회장 5명 전원 유임…'변화보다 안정'
LG그룹은 28일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6명의 부회장급 전문경영인 중 이미 교체가 확정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뺀 나머지 5명이 모두 유임됐다.
구 회장 취임 직후 ㈜LG 대표를 하현회 부회장에서 권영수 부회장으로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한 이후 이달 초 박 부회장까지 물러나면서 인사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권영수(㈜LG), 조성진(LG전자), 한상범(LG디스플레이), 하현회(LG유플러스), 차석용(LG생활건강) 부회장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185명의 승진자 중 부회장 승진은 전무했고 사장 승진은 단 1명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최고경영자들을 한꺼번에 교체하는데 부담이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LG그룹은 2004년 GS와 계열분리 이후 최대규모인 134명을 상무로 발탁해 CEO 후보군을 넓히는데 초점을 뒀다.
LG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했다"며 "조직을 역동적으로 탈바꿈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미래 준비에 나설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주사 사장, 외부출신에 맡겨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주회사인 ㈜LG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영입해 ㈜LG 경영전략팀장 사장을 맡겼다. 경영전략팀은 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조직이다. 이 자리를 외부인사에 맡겼다는 건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성장 전략을 짜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올해 6월 "구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는 LG그룹의 발표와 일맥상통한다.
앞서 LG화학도 박 부회장의 후임으로 3M 출신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앉혔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한 건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최고경영자를 내부출신이 맡는 순혈주의만으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기류가 그룹 최고위층에 형성됐음을 짐작케 한다.
㈜LG는 홍 사장 외에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 팀장으로 영입했고,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코리아에서 인사부문장을 맡았던 김이경 상무를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맞아들였다. 이밖에 CSR·법무·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주요 팀장들을 대거 교체해 새롭게 출범한 '구광모 체제'를 뒷받침하게 했다.
◇승진폭 줄어든 계열사들…LG화학만 사장 배출
계열사별로 보면 LG전자는 부사장 5명, 전무 12명, 상무 39명 등 총 56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67명이 승진했던 것에 견주면 승진폭이 크지 않았다.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인 권봉석 사장이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VC(비히클컴포턴트)사업본부는 VS(비히클컴포턴트솔루션)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꿔 김진용 부사장이 본부장을 맡는다. VS사업본부에는 보쉬코리아에서 영업총괄 업무를 담당한 은석현 전무도 결합한다.
올해 들어 실적악화로 고전하는 LG디스플레이는 김명규 전무와 오창호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 비서팀장인 양재훈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LG디스플레이로 옮겼다. LG디스플레이의 전체 승진인원은 19명으로 지난해(26명)보다 줄었다.
LG화학은 계열사 중 유일하게 사장 승진자를 냈다. 주인공은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부사장이다. 1984년 입사 후 전지분야 업무를 주로 맡아온 그는 핵심 고객사 물량을 수주해 전지시장에서 LG화학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부사장 승진 5년만에 사장을 달았다. LG화학에서 정보전자소재사업을 이끈 정철동 사장은 이번에 LG이노텍 대표로 옮긴다.
이밖에 LG생활건강은 ㈜LG 재경팀장이었던 김홍기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최고재무책임자를 맡는다. 중국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면서 '후' 브랜드를 키운 김병렬 상무와 화장품 연구소장으로 있는 박선규 상무는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LG유플러스는 최택진 NW부문장과 황상인 최고인사책임자를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