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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AMD와 '절묘한 동맹'

  • 2019.06.04(화) 16:31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모바일 그래픽 강화
비메모리 1위 행보…파운드리 협업 가능성도
AMD, 中 화웨이와 결별 뒤 삼성과 손잡아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회사인 미국 AMD와 손을 잡았다.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한걸음 다가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4일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Intellectual Property)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IP는 미리 만들어놓은 반도체 회로에 관한 설계특허로, 이를 이용하면 개발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제품화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AMD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각각 인텔과 엔비디아의 뒤를 쫓는 2위 회사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AMD는 고성능 게임에 적합한 그래픽 회로인 'RDNA(Radeon DNA)'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IP를 제공한다. 그동안은 고성능 PC와 게임기, 클라우드 등에 국한됐던 GPU 제품군을 모바일용으로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

리사 수 ARM 최고경영자는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솔루션을 모바일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에 따라 라데온 사용자 기반과 개발 생태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RDNA = AMD의 그래픽 카드 브랜드인 '라데온(Radeon)'과 DNA를 합친 새로운 브랜드다. AMD의 기존 제품인 GCN(Graphics Core Next)에 비해 클럭(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당 최대 1.25배, 와트당 최대 1.5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곧 낮은 전력으로 게임 성능을 끌어올리고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를 지불할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AP인 '엑시노스'에는 영국 ARM의 GPU가 들어가는데 경쟁사인 퀄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AMD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환경을 선도할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분야 1위 달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경영점검회의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사장단에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AMD의 파트너십이 IP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AMD는 그간 글로벌파운드리와 TSMC 등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겼다. 그러나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해 7나노 공정개발 포기를 선언해 7나노 물량 대부분을 TSMC가 가져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기반의 7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 중이며, 최근에는 5나노 공정개발에도 성공했다. 파운드리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TSMC와 겨룰 유일한 회사로 꼽힌다.

일부에선 AMD가 중국 화웨이와 결별을 선언하고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에 주목하기도 한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최근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화웨이에 설계 툴과 칩을 더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웨이 제제에 동참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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