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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V자 회복' 아직 골이 깊다

  • 2019.09.11(수) 08:19

[4대그룹 체크포인트]④현대차그룹
수익성 회복 불구…'정상궤도 진입 부족'
중국 불확실성 여전…철강·건설은 안정적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으로 향후 주력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4대그룹이 처해있는 경영환경속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재계 2위(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익성은 5년째 후진 중이다. 주력인 완성차 제조를 비롯한 비금융부문 주요 계열사의 합산 매출액은 작년 239조7000조원. 외형만 따지면 전년보다 소폭(3조9000억원) 커졌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2017년보다 2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게 5년 연속이다.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사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차그룹이 작년마저 전년만 못한 실적을 낸 것은 안팎으로 충격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을 받은 2017년을 두고 '이보다 나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룹사업의 주축인 자동차 및 부품 부문의 부진은 더 깊어졌다. 정의선 부회장이 올해를 맞으며 "반드시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들어서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정상궤도 진입을 낙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이다.

◇ 재계 2위 위상 흔들린 작년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국내 16개 그룹을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으로 나눠 분류한 분석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른바 '1군'에 들지 못했다. 최근 3년 평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과 부채비율(2018년말 기준)의 중위값(각각 10.8%, 136.2%)을 기준 삼아 우열을 가린 분석이었다.

이 분류에서 EBITDA 마진율이 기준을 넘고, 부채비율은 기준보다 낮은 'A영역' 대기업집단에는 삼성, SK, 포스코, LG그룹 등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부채비율은 기준보다 낮지만, 수익성은 3년 평균 중위값에 못미쳐 'B영역'으로 분류됐다. 롯데, 신세계, 현대중공업그룹 등과 함께였다.

단순하게 작년과 재작년을 비교한 결과로도 현대차그룹은 체면을 구겼다. 현대차그룹은 EBITDA 마진율은 낮아지고, 부채비율은 높아지는 등 두 지표가 모두 전년대비 악화한 쪽으로 분류됐다.

한신평은 "현대차그룹은 잉여현금창출력과 축적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완성차 판매 둔화와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그룹 수익성 저하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V자 반등' 시작했다지만…

올해 들어 숫자는 나아지고 있다. 차량부문만 봐도 지난 2분기 현대차는 9274억원, 기아차는 5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두 회사 모두 정상 상황이었던 2016년의 분기 평균을 회복한 수준이다.

상반기 실적으로도 현대차(차량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39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3.8% 늘어난 1조4000억원이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을 늘리는 제품 믹스 효과가 있었다. 기아차는 신차 효과는 적었지만 실적 개선을 이뤘다.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1.2% 늘어난 2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71.4% 증가한 1조1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숫자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신평업계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판매량 자체를 늘리지 못한게 아프다. 한신평은 "환율 등 긍정적 외생변수 효과, 판매량 감소 추이 등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실적을 현대·기아차의 본원적 수익창출력 회복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의 경우 환율효과 제거 후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3.6%로 작년 같은 기간 3.5%와 유사하다"며 "기아차 역시 통상임금 환입효과를 제외한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금액 약 1900억원 중 대부분이 환율효과였다"고 지적했다.

◇ 더 멀어진 중국

이와 함께 신평업계가 공통적으로 현대차그룹을 불안해 하는 지점은 중국이라는 시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인 중국에서 과거 만큼 파이를 차지할 수 있느냐가 현대·기아차에 관건이다. 하지만 비관적인 시각이 짙다.

한신평은 현대·기아차의 라인업이 중국시장 판매 차급 중에서도 수요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현지 업체들과도 상당부분 차종이 겹치는 게 문제다. B·C세그먼트(소형·준중형)이 주력이다 보니 경쟁 심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신평은 "저하된 영업 환경과 제한적인 제품믹스 구성, 친환경차 판매량 열위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내 판매량 및 생산량 확대나 이를 통한 점유율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평도 단기간 내 의미있는 수준의 회복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 등 현지법인이 각각 1공장을 폐쇄했음에도 그렇다. 공장 가동률을 손익분기점의 기준인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또 이에 성공하더라도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한기평은 "중국 부진을 다른 해외 시장 개척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인도만 해도 시장의 수요 둔화, 경기 불확실성, 생산 차종 믹스의 한계 등 중국 못지 않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철강·건설 그나마 안정적

실적이 고꾸라졌던 완성차 계열사에 비해 부품, 철강, 건설 등 여타 계열사들은 안정적이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재무적인 지원을 위해 유동성을 출혈해야 할 위험은 적다는 점에서다.

철강부문 주축인 현대제철의 경우 2013년 제 3고로 완공 이후 영업창출현금 이내의 투자규모를 유지하면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최근 판가 인상에 제한을 겪으면서 수익성이 저하되는 부분은 우려지점으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설부문도 보수적인 경영기조 하에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는 주택사업장 입주잔금 유입과 사업성이 양호한 자체사업장 매출 인식이 무난할 전망이다.

한기평은 "철강, 건설부문은 사업환경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모두 우수한 시장지위와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실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그룹 주축인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변동이 생기게 된다면 연계된 계열사 전반의 신용등급도 영향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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