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이승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가 도시의 상징인 것처럼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가 늘어나면 도시의 풍경도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이상엽 현대자동차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중 하나인 PBV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PBV는 이런 것이다. 운송 수단이면서도 개인 사무실이나 집, 혹은 샌드위치 가게도, 카페도 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이동뿐만 아니라 각각 개별적인 목적성을 지닌 이동수단이자 생활의 공간이란 얘기다.
이 모빌리티가 '허브(Hub)'라는 공간에 모이면 또 달라진다. 이 센터장은 "라면집, 카페, 빵 가게 같은 PBV가 허브에 도킹하면 푸드코트가 되고 치과, 내과, 약국 등이 결합하면 종합병원도 될 수 있다. 여러 상점들이 모여 쇼핑몰을 구성할 수도, 주거·생활 PBV가 결합하면 에어비엔비 같은 공간도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한 신개념으로 ▲PBV ▲UAM(도심항공 모빌리티)▲Hub(환승 거점)을 제시했다. 이 세 가지를 통해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생활방식(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자는 것이 현대차 전략의 핵심이다
이 센터장은 이 세 개념 중 PBV의 콘셉트인 'S-링크(S-Link)의 디자인을 주도한 인물이다. S-링크는 옛 교통수단인 '전차'를 연상케 한다. 영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물인 케이블카에서 얻었다고 했다.
현대차는 PBV를 소개하는 영상의 배경도 샌프란시스코로 삼았는데, 그 이유도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에서 5번째로 교통이 혼잡하고 집값 같은 주거 이슈도 많은 곳"이라며 "모빌리티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PBV는 주행 방식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각각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옛 전차처럼 '군집주행(Clustered Mobility)'을 하도록 특화했다. 지금 가진 기술 수준에서도 물리적으로 묶어두지 않아도 차량간격 제어기술로 연속한 차량을 가깝게 유지시킨 채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전무는 이 아이디어를 개미에서 얻었다고 했다. 그는 "군집주행을 하는 개미는 제일 끝에 있는 개미를 살짝만 건드려도 1Km 앞의 개미가 그것을 알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같은 시스템이 모빌리티에 접목되면 실시간으로 앞에 어떤 상황이 있는지, 최적화된 루트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PBV가 앞으로 '레벨 5' 정도의 완전 자율주행 수준과 결합하면 활용성은 더 커진다. 그는 "배터리가 떨어진 PBV에 무선 충전 차량이 뒤따라와 에너지를 채우고, 충전이 완료 되면 알아서 빠질 수 있다. 또 공항에선 수트 케이스만 따로 옮기는 PBV가 승객이 탄 PBV를 따라가 호텔로 짐을 이동시켜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허브에서의 결합과 군집주행 등으로 확장되는 PBV의 활용성은 인간의 도시생활을 크게 변모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이 센터장은 "자동차의 개념이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서 삶의 공간으로 넓어지면 PBV 이용 범위도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인류를 이롭게 하는 모빌리티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짧은 시간안에 PBV가 상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 체계를 잡는 데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무엇보다 안전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전무는 "PBV는 최고 속력을 시속 50Km 정도의 저속으로 개념화했지만 안전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좋은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궁극적인 모빌리티 라이프 스타일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