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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기타법인, 한진칼 주식 왜 샀을까

  • 2020.05.28(목) 16:50

기타법인, 한진칼 지분 2.1% 매수
업계, 기타법인 정체는 반도건설 추정
임시 주총 실익 없는데 1천억 투자 의문

지난 26일 '기타법인'이 한진칼 주식 122만4280주(2.1%)를 장내 매수했다. 이날 종가 기준 총 1101억8520만원어치다. 업계는 기타법인의 정체가 반도건설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주주연합을 구축해 한진칼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기타법인의 정체는 다음달 초까지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5일 이내에 보유목적 등을 보고해야 한다는 '5% 룰'(자본시장법)에 따라서다. 3자 주주 연합 관계자는 "기타법인 정체가 반도건설이 맞다면 곧 공시 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반도건설이 KCGI 측과 협의하지 않고 지분을 사들였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사전 협의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타법인이 반도건설이 맞다면 3자 주주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42.74%에서 44.84%로 높아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세력이 보유한 지분(41.14%)보다 4% 포인트가량 많아지는 것이다.

업계에선 3자 주주연합이 '임시 주주총회' 카드를 꺼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진칼 정관을 보면 '임시주총은 필요에 따라 소집한다'고 나와 있다. 임시 주총을 통해 3자 주주연합이 이사를 추천하거나 조원태 회장을 해임시키는 강수를 둘 수 있다. 한진칼이 임시주총을 거부하더라도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45일 이내에 임시 주총을 승인해야 한다.

하지만 3자 주주연합이 '임시 주총' 카드를 써도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을 해임하기 위해선 임시 주총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3월 주총 결과를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은 56.67%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3자 주주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자신들이 제안하는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주총에서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2명을 선임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이사 수를 더 늘리는 것도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한진칼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항공화물 매출채권 담보부 자산유동화증권 7000억원, 전환사채 3000억원, 자산담보부 차입 2000억원 등이다. 기관산업을 살리기 위해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을 계속 벌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난달 한진칼이 정부의 지원 결정 직후 "3자 주주연합과의 소모적인 지분 경쟁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3자 주주연합이 추가 지분을 사들이고 임시 주총을 열어도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한항공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도 임시 주총은 얻을 게 없는 카드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임시 주총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임시 주총을 열면 이득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다"며 "3자 주주연합의 요구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투명경영이라는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3자 주주연합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남아 있다. 이번에 한진칼 지분을 산 기타법인이 반도건설이 맞다면, 당장 실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 1000억원을 투자한 상황이어서다. 

이 때문에 이번에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기타법인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기타법인이 조 회장의 우호세력일 경우 조 회장 측의 지분은 3자 주주연합을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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