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주주연합이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에 대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 때 경영권 확보 표대결에서 패한 3자 주주연합이 4개월 만에 다시 포문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와 반도개발은 23일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120만주를 다음달 12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수가격은 2만5000원. 120만주는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전체의 33% 규모로 그레이스홀딩스가 80만주를, 반도개발이 40만주를 각각 매수할 계획이다.
지난달 한진칼은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를 발행했다. BW는 만기 때까지 이자를 받는 채권(Bond)에 주식을 미리 정해둔 가격에 살수있는 신주인수권증권(Warrant)의 권리를 더한 것이다. 이번 한진칼 발행 BW는 2023년까지 2%의 이자를 지급하는 동시에 8만2500원에 한진칼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 363만6363주였다.
지난달 발행 당시 반도개발 등은 특별관계인 보유 29만7490주를 포함해 총 44만6235주(12.27%)의 신주인수권증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 측은 단 한주도 사지 않았다. 당시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모집에는 7조3000억원이 몰릴 정도로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KCGI와 반도건설이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게 되면 발행물량의 45.27%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증권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이 신주인수권증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2.62%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KCGI와 반도건설이 공개매수한 신주인수권증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3자주주 연합이 보유한 현재 한진칼 지분율(45.23%)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3자 연합은 현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셈이다.
지난 16일 상장된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은 최근 주당 2만2084원에 거래되고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이 내세운 공개매수가는 2만5000원으로 13.20%의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얘기다.
현재 한진칼은 9만7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향후 신주인수권증권 행사가인 8만2500원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주식 전환 가능 시기인 2023년까지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행사가인 8만2500원보다 주가가 낮아질 경우 신주인수권증권은 '휴짓조각'이 된다.
이번에 3자주주 연합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조원태 회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원태 회장 측 보유지분은 41.04%지만 향후 워런트 행사로 신주가 발행될 경우 희석효과 때문에 지분율이 3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주주연합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신주인수권증권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신주인수권증권을 확보하지 못한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