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비(非)‘SKY’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맞물려 스스로 부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부호(富豪)들이 차츰 한국 재벌의 판도를 변화시키며 총수들의 학벌도 다채로워지는 양상이다.
28일 비즈니스워치 교육 전문 섹션 ‘에듀워치’가 2010년과 2020년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총수들의 출신 대학(학부기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냈다.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 등을 제외한 총수 각각 31명, 51명이 이번 조사 대상이다.
2020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SKY’ 이외의 대학 출신 대기업 사주(社主)는 총 20명이다. 10년 전 13명에 비해 7명 증가했다. 비중도 37.1%→39.2%로 높아져 40%에 다가섰다.
무엇보다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되는 와중에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대기업 반열에 오른 신흥기업들이 많아졌다. 10년새 재벌들의 부침(浮沈) 속에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총수들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것 등도 학벌이 보다 다양해지는데 한 몫 했다.
지방대 출신 총수들이 약진이 인상적이다. 재계 서열 23위 하림의 김홍국 회장(호원대 경영학)을 비롯해 31위 SM 우오현 회장(광주대 건축공학), 37위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조선대 건축공학), 43위 동원 김재철 명예회장(부산수산대 어로학), 46위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한국해양대 항해과)이 면면이다.
2010년 총수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뉴 페이스’들이다. 지방대 출신으로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창업주들이다. 2016년 하림을 시작으로 2017년 SM·호반건설·동원에 이어 올해 장금상선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재계 총수 출신 대학으로 ‘SKY’ 뒤를 잇는 국내 대학은 한양대와 건국대다. 각각 2명이다. 2010년만 해도 한양대 출신은 재계 2위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 말고는 없었다. 2013년 3월 세아 이운형 회장 별세 이후 총수 자리를 승계한 동생 이순형 회장이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건국대가 배출한 재계 사주는 예나 지금이나 2명이다. 다만 부영 이중근 회장 외에 바통터치(?)가 이뤄졌다. 웅진 윤석금 회장이 2013년 촉발된 경영난으로 재계 리스트에서 빠진 대신 2016년 국내 바이오 대표주자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건대 출신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현재 재계 서열 38위에 랭크하고 있다.
인하대 출신의 한진 조원태 회장이나 서강대를 나온 이우현 OCI 부회장은 부친의 별세후 총수 자리를 물려받은 케이스다. 이외에 이화여대(신세계 이명희), 한국외대(다우키움 김익래) 등도 대기업 총수를 배출했다.
유학파 출신은 전체의 13.7%인 7명이다. LG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롯데 신동빈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 한국타이어 조양래 명예회장,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애경 장영신 회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