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당사자를 재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수사 중단 권고에도 기소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칫하면 다시 '총수 부재'에 직면할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이 부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 현장 경영 행보를 강화하는 와중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 검찰, 기소 강행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기소 대상이다.
이로써 검찰은 1년 7개월여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뒤 검찰은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최소 비용에 의한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불법 행위가 다수 이뤄졌다고 봤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지분 23.23%로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으며,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4%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에서도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제일모직 합병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이자 제일모직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과 관련한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불기소, 수사 중단 권고에도 이 부회장 등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사심의위 이후 두 달간 30여명 상당의 외부 법률·금융·경영·회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부장검사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범죄 행위 실체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 삼성, 다시 커진 불확실성
검찰의 기소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연루 의혹 사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2년여 만에 다시금 사법 리스크에 노출됐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한숨 돌렸지만, 이번 기소로 다시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할 처지다.
최근 활발한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사업 체질개선을 독려해온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 가운데 그룹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해왔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즉각 반발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 번복되었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 역시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단은 "검찰의 이번 기소로 인해 삼성그룹과 피고인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