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 차종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이다. '2020 현대차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투싼은 작년 한 해 전세계적으로 49만2165대 팔렸다. 작년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이 447만6151대였으니, 10대 중 1대가 넘는다. '아반떼' 판매량(45만8881대)보다 많고, SUV '싼타페'(21만1902)보단 2배 이상 팔린 것이다.
'판매왕' 투싼의 신차가 나왔다. 2015년 3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에 나온 4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사전계약 첫날 1만842대가 계약됐다. 지난달 15일 온라인으로 투싼을 처음 공개한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는 41만명이 시청했다.
지난 21일 시승한 투싼은 '현대차 판매왕'이라는 타이틀을 방어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전 모델이 생각나지 않는 디자인, 교통체증이 무섭지 않은 연료소비효율(연비), 운전의 재미가 느껴지는 조향성능(핸들링)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시승한 '스마트 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차를 한 바퀴 둘러보니, 차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전면부의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파라메트릭은 사람의 손으로 그린 것이 아닌, 프로그래밍을 통해 나온 디자인이다.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가 대표적인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예다.
정지 상태에서도 앞으로 달려나가는 역동성을 표현한 측면부는 우락부락한 남성의 힘이 느껴졌다. 파격적인 전면부와 측면부에서 이어지는 후면부는 '파라메트릭 히든 램프'가 적용된 후미등으로 마무리됐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적재공간도 넉넉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강렬한 외관 디자인보다 편안한 느낌의 내부가 더 끌렸다. 10.25인치 개방형 클러스터(계기판)는 패널 위에 깔끔하게 얹어져 있었다. 패널도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지난달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의 "투싼의 인테리어는 과장된 인테리어라기보다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란 설명에 수긍이 갔다.
투싼에 처음 탑재된 하이브리드 엔진은 주행감과 연비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 엔진 최고 출력 180마력(ps), 최대 토크 27kgf·m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힘에 부치지 않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렸다. 거칠게 치고 나가는 '디젤 엔진'과 달랐지만, 빠르고 정숙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매력도 충분했다.
이날 시승한 왕복 39km 거리의 연비는 18km/ℓ로, 정부 신고 복합 연비 15.8km/ℓ보다 높게 나왔다.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퇴근길 고속도로 구간에서 연비가 더 높아졌다.
'코너링이 좋은' 핸들링도 인상적이다. 투싼엔 전기모터로 차량의 하중 이동을 제어하는 'E-핸들링' 기술이 탑재됐다. 'S자' 도로를 주행할 때 핸들은 민감하고 부드럽게 회전했다. 다만 고속주행시 핸들이 예민하게 반응해 차선 유지에 신경이 쓰였다.
안전·편의 사양도 다양하다. 모든 트림에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등이 기본 탑재됐다. 여기에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후측방 모니터,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후석 승객 알림 등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투싼의 '스마트트림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가격은 2987만~361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가장 높은 옵션인 인스퍼레이션 모델은 세제혜택을 받으면 3467만원에 살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은 투싼보다 체급이 높은 '싼타페'가 눈에 들어온다는 점일 것이다. 싼타페 디젤 2.2 모델 가격은 3122만~3986만원이다. 가격 차이가 대략 3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 것이다.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엔진이라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고 디자인에 대한 취향이 있으니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다만 두 차종을 모두 시승해본 입장에서 개인적 취향은 싼타페보단 투싼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