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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낡은 계단' 고칠까?

  • 2021.02.22(월) 18:38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서 고개 숙인 CEO
'괘씸죄' 최정우 집중포화…"노후화가 원인"
현대중공업 대표, 실언 진땀…쿠팡, 화장실도 통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작년 12월 9일 포항제철 집진기 배관 수리하다 돌아가신 노동자. 어떻게 죽은거냐? 추락사죠?
최정우 포스코 회장 : 네

노웅래 : 단순 추락사가 아니다. 집진기가 철판인데 발로 쿡 밟으니 쑥 들어갔다. 집진기 프로펠러가 가동되는 바람에 부식된 철판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110도 열기에 초속 18m 초강풍이 불었다. 살려고 반대 방향으로 기어가다 결국 8m 아래로 추락했다. 피부 다 벗겨지는 화상이다. 현장 가봤냐?
최정우 : 네.

노웅래 : 사고 이틀 뒤에 가봤다. 제가 간다고 하니 수십 명이 좇아 왔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다. 철제 계단이 너무 낡아서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갈 수 없었다. 계단 하나 고치지 않는 우리 포스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2018년 그의 취임 이후 포스코 안전 사고가 급증한 데다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려 했던 것에 대한 괘씸죄까지 더해지면서다.

임이자 국민의 힘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의 산업재해는 2016년 17건, 2017년 13건, 2018년 16건, 2019년 43건, 2020년 27건 등으로 최 회장 취임 이후 증가했다. 사망사고도 2016년 5건, 2017년 0건, 2018년 5건, 2019년 3건, 2020년 6건 등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 19명 중 14명은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사고 배경은 여러 가지로 분석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이) 재무전문가라 현장을 몰라, 현장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CTV 설치나, 위험개소 작업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 등을 강조하지만 해결책은 '2인 1조'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포스코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非)엔지니어'로 회장직에 올랐다. 관련기사☞ [CEO씽킹맵]포스코 최정우, 공생에 더해 '성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광양제철소를 특별관리감독한 결과, 안전총괄조직의 체계화와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성 평가가 적절하지 못해서 작업자 내의 노동자들이 위험요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최정우 회장은 "50년이 넘는 포스코 제철소에는 노후 시설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포항 제철소만 해도 여의도보다 3배 넓다"며 "3년간 1조원을 투자해 고치고 있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작년 12월 향후 3년간 안전투자에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배관, 크레인, 컨베이어벨트 등을 교체하고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물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12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되는 최 회장은 이날 연신 허리를 굽혔다.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하려는 것에 대해선 "생각이 짧았다"고 자세를 더 낮췄다. 그는 "연이은 사고에 대해 죄송하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쿠팡 대표도 화장실 갈 때 이름 쓰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다른 증인들도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건설·택배·제조업에서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가 출석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안전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 대표는 "사고의 유형을 보니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로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난다는 생각 갖고 있다면 중대재해 처벌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현대중공업이 협력사 안전교육비로 80억원을 배정했는데, 포스코는 206억원"이라며 "포스코에 비하면 액수가 너무 적다. (사고원인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물류센터 등에서 6명이 사망한 쿠팡은 직원들의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미향 의원은 "덕평 물류센터는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동시에 일하는데 화장실이 양쪽에 하나씩 밖에 없다. 부천 물류센터도 화장실 가는 시간과 횟수를 통제하면서 이름까지 쓰면서 화장실에 간다"며 "대표도 화장실 갈 때 이름 쓰고 보고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피먼트서비스(CFS) 대표는 "본래 의도는 추적이 아니라 안전상 이유로 직원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직원이 화장실 갈 때 추적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위험작업을 외주화하지 않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서 TMAH(수산화 테트라메틸 암모늄)가 누출되는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 대표는 "위험작업을 직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위험의 외주화와는 180도 다른 개념이다. 위험작업을 내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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