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하던 투명 디스플레이는 어마어마한 미래였어요.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처음 접한 순간을 잊지 못하는데요. 먼 미래에는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졌죠.
그로부터 몇 년 후 영화 아이언맨과 어벤져스에서도 토니 스타크가 투명 디스플레이를 휙휙 넘기며 인공지능 자비스와 대화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어요. 이때도 투명 디스플레이에 대한 현실감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는 이제 현실이 됐어요. 모르는 새 우리의 삶에 서서히 스며들더니 최근에는 홍대 한복판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지난달 31일 LG디스플레이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 인테리어용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했다고 밝혔어요. 플래그십 스토어에 걸맞은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무신사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정체성과 공간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협업(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해요.
매장 내에는 곳곳에 투명 OLED 미디어 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55인치 투명 OLED 쇼윈도가 있어요. 쇼윈도 속 실제 제품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치는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표현함으로써 감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디스플레이가 설치한 제품이 투명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투명 OLED라는 점이에요. 투명 디스플레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이죠.
투명 디스플레이는 '투사형' 디스플레이와 '투과형' 디스플레이로 나뉘어요. 먼저 투사형 디스플레이는 영상을 표현할 스크린에 빛을 투사해 나타내는 방식으로, HUD(Head Up Display)와 HMD(Head Mounted Display)가 있어요.
HUD의 경우 일반적으로 투명한 유리 등에 빛을 투사해요. 자동차 앞 유리에 운행 정보를 비춰주는 자동차 스마트 계기판이 대표적이죠. 별도의 모니터가 아닌 일반적 유리에 빔을 쏴서 정보를 비춰주는 것이죠. HMD는 사람의 눈에 직접 이미지가 투영되도록 빛을 투사해요. 투명 안경 등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에서 많이 구현되고 있어요. AR(증강현실) 글라스도 이 기술을 활용한 거고요.
이에 비해 투과형 디스플레이는 빛을 발하는 디스플레이 소재 자체의 투과도를 변환시키는 방법이에요. 쉽게 말해 디스플레이 자체가 투명하다는 것이죠.
투과형 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로 나뉘어요. LCD와 OLED의 가장 큰 차이는 광원(백라이트)의 유무에요. LCD는 패널 뒤에서 빛을 비춰주는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해요. 백라이트에서 나온 빛은 평광판과 유리(Glass)를 통과해 액정으로 들어가고, 그 뒤 컬러 필터를 통과하면서 색을 가지게 돼요. 이 빛이 다시 유리와 편광판을 지나가면서 화면에 나타나게 돼요.
이론적으로는 빛이 LCD를 모두 통과하게 되면 LCD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워요. 앞서 언급했듯 LCD에는 백라이트, 편광판, 유리 등의 통로가 있어 빛이 지나가면서 투과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투명 디스플레이로 구현 시 투명도가 10~20% 수준에 불과해요.
이에 비해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체발광 소자로 이뤄져 있어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요. OLED는 전자와 정공이 만나면서 발광층에서 빛이 발생하는 것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에요. 전원이 공급되면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르는데, 음극(Cathode)에서는 전자(-)가 발광층으로 이동하고 양극(Anode)에서는 정공(+)이 발광층으로 이동해요. 유기물질인 발광층에서 만난 전자와 정공은 높은 에너지를 갖는 여기자(Excition)를 생성하고, 이 여기자가 낮은 에너지로 떨어지면서 빛이 발생하는 원리에요.
일반적인 OLED에서는 발광층에서 내뿜는 빛을 사용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보통 양극을 투명한 소재로 사용하고 음극은 알루미늄 등을 사용해요. 투명 OLED는 양쪽 전극 모두 투명한 소재를 사용하겠죠? 그래야 화면 뒤의 사물도 볼 수 있으니까요. 금속을 아주 얇게 펴면 투명해지는 성질이 있는데, 주로 이 소재를 양극에 사용한다고 하네요.
조금 복잡하지만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이 픽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투과율을 높이기에 유리하다는 거예요. 빛이 백라이트와 편광판을 통과하지 않으니 당연히 투명 LCD에 비해 투명도가 높을 수밖에 없겠죠. 투명 OLED는 현재 투과율 40% 이상으로 구현할 수 있어요. 일반 유리가 투명도 70%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겠네요.
LG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한 기술 역시 투과형 투명 OLED에요. 현재 대형 투명 OLED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기도 하죠.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투명도 40%의 55인치 투명 OLED를 상용화했어요. 2019년 영국 런던의 해롯 백화점 쇼윈도에 투명 OLED를 전시한 데 이어, 작년에는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전(深圳) 지하철 객실 차량 창문에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했어요. 지하철 승객들은 투명 OLED로 이뤄진 창문을 통해 실시간 운행 정보뿐 아니라 항공편 정보, 일기예보, 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죠.
LG디스플레이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투명 OLED라는 차세대 기술로 디스플레이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를 차근히 이어가고 있어요. 이를 위해 투명 OLED의 활용처를 자율주행차, 항공기, 홈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특히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집안에서 만나게 될 투명 OLED는 올해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스마트홈'을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요. 퀸 사이즈 침대와 투명 OLED를 결합한 '스마트 베드'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르포]생활 속 'OLED' 비대면 일상을 열다(1월11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프레시언트&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4년 49억33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해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은 2054년인데요. 언제쯤 우리의 삶이 영화에서 그려낸 미래와 닮게 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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