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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 대기업 아니면 돈으로 해결 어려워"

  • 2021.06.22(화) 10:38

산업계, 정책토론회서 중기 부담 우려 전달
대기업-중소기업 같이 쓰는 제도 필요 제언

한국형 RE100(K-RE100) 이행수단을 두고 산업계와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K-RE100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려는 국내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정부는 K-RE100의 이행수단으로 녹색 프리미엄(녹색 요금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가 발전, 제3자 전력공급계약(PPA)제도, 지분참여 등 다섯 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관건은 가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기업과 함께 RE100 달성을 하기에는 K-RE100 수단의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대기업을 위해 만든 제도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지난 1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RE100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는 K-RE100 이행수단을 두고 정부와 업계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신종광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기술담당은 K-RE100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종광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기술담당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은 RE100에 참여를 선언한 배터리업체다. 신 담당에 따르면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45%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 해외사업장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용이한 반면 한국에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17% 정도만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한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K-RE100에 참여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게 신 담당의 설명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이유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를 달성한 곳이 많은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그리드 패리티를 하지 못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전기가 화력발전을 통한 전기에 비해 비싸다. 그 결과 K-RE100 이행수단 투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게 신 담당의 설명이다.

비용이 비싼 것은 해당 기업의 재무적인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함께 일하는 관련기업들 때문이다. 신 담당은 "모든 제품은 여러 기업이 참여한 서플라이체인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협력업체, 중소기업, 소부장기업이 모두 K-RE100을 이행해야 한다"며 "작은 기업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K-RE100 이행수단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국내에 RE100 필요성이 커진 이유를 생각한다면 합리적인 고민이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참여하면서 자기들과 협력하려면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건이 생산되는 전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게 RE100 캠페인의 목표다.

K-RE100 이행 수단 중 녹색 프리미엄을 이행하려면 사용하는 일반 전력 1kWh당 평균 14.6원을 더 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재생에너지 사용분으로 인정받으려면 1kWh당 평균 30원이 넘는 가격을 추가 부담한다.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가동하거나 재생에너지 업체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제3자 전력공급계약의 경우도 다른 수단과 비용부담 수준이 비슷하리라는 게 전력업계의 전망이다.

신 담당은 "대기업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탄소중립이라는 기업의 중요한 가치때문에 K-RE100에 참여하겠지만, 대기업이 아니라면 돈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재익 산업부 사무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이에 대해 정부 입장은 기업과 다소 엇갈렸다. 처음부터 K-RE100은 대기업이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협력하는 업체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고백인 셈이다. 하지만 향후 제도개선이 가능하다는 '열린 결말'을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재익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시장과 사무관은 "전력소비가 많은 대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취지로 제도를 만들었다"며 "K-RE100은 재생에너지만 선별해 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서 각종 예외 거래방식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경제적인 부분을 지적했다"며 "전면적인 제도개선을 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제도설계를 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K-RE100은 결국 '대기업용'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다소 실망스럽다"며 "이제 재생에너지 도입은 환경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통상문제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정부의 세심한 조율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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