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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없는 에어컨, 어떻게 시원해 지냐고요?

  • 2021.08.08(일) 07:40

[테크따라잡기]
풍속 0.15m/s 이하 바람이면 '무풍'
마이크로홀 최대 27만개로 냉기 확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 여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가전업체들의 에어컨이 잘 팔리고 있다고 해요. 삼성의 올 7월(1~22일 기준)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하고, LG도 판매 급증에 따라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네요.

특히 삼성이 앞세운 '바람 없는' 에어컨이 인기라고 해요. 최상위 제품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의 판매량이 작년 7월과 비교해 95% 이상 늘었다고 하는데요. 무풍 에어컨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에어컨 국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이미 대세가 됐다고 하네요.

외국에서도 '윈드프리'(WindFree)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대요. 북미와 유럽에서도 올 상반기 삼성 에어컨 매출의 40% 이상을 무풍 에어컨이 차지했다고 하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24%에 달했다고 해요.

바람은 분다…달팽이 10배 속도로

그런데 무풍 에어컨은 정말 바람이 전혀 안 부는 제품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진 않아요. 미국냉공조학회(ASHRAE) 기준 냉기류(Cold Draft)가 없는 0.15m/s 이하의 바람을 '무풍'(Still Air)으로 정의한대요. 그러니까 1초에 15센티미터 정도 속도로 가는 바람보다 약한 공기의 흐름이면 무풍이라는 거예요.

무풍으로 불리는 바람은 피부로 느낄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느낌인지 공식적 답변을 구하기는 어려웠어요. 삼성전자 관계자는 "바람이 닿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는, 매우 미세하긴 한데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하네요.

제가 요즘 집에서 달팽이 4마리를 키우는데요. 백과사전을 보니까 달팽이는 1시간에 48미터를 간다고 하네요. 이게 0.013m/s. 그러니 일단은 달팽이가 기어 오는 것보다 10배 정도 빠른 느낌이라고 정리해두죠.

삼성은 제품 출시 초기에 "지금까지는 바람을 맞아서만 냉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바람을 맞지 않고도 만져서 냉기를 느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표현했어요.

삼성전자의 2021년형 무풍 에어컨 라인업./사진=삼성전자 제공

무풍, 왜 개발했을까

자, 그러면 삼성은 왜 무풍도 아닌 것을 무풍이라고 했을까. 삼성전자가 무풍 에어컨을 2016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으니까 삼성의 설명을 들어보면 무풍 에어컨이 탄생 이유를 알 수 있겠죠.

여기서 잠깐, LG전자도 사람에게 직접 닿는 바람을 최소화한 '와이드 케어 냉방' 기능을 선보였는데요. 이는 삼성과 달리 좌우 4개의 에어가드라는 것이 바람을 벽 쪽으로 보내 직접 닿는 바람을 최소화한 방식이에요.

아무튼 삼성은 무풍 에어컨 개발 전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연구했대요. 2014년 삼성전자가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에어컨 냉방 선호도는 1위가 균일 냉방(75%), 2위는 냉기 유지(65%)였다고 해요. 소비자들은 바람의 질, 냉방의 질을 원한다는 분석이 나왔죠.

당시 모든 가정용 에어컨은 바람으로 냉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차가운 냉기류의 불쾌함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는 역설적 문제도 발견됐죠.

삼성은 이런 점에 착안해 기류에 의한 불쾌감이 없고, 공간의 온도 균일성이 확보되는 중앙공조 방식의 '복사냉방'이 이상적이란 결론을 내렸대요. 하지만 가정에서 이를 구현하기는 비용·크기·설치 등의 문제로 어렵다는 것을 확인죠.

이후 바람을 일으키되, 소비자가 이를 느끼지 못하는 방향으로 구현하고자 연구를 시작했죠. 그래서 직관적인 마케팅을 위해 '무풍'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엄밀히는 무풍이 아니지만 무풍에 매우 가까운 방식인 거죠.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로지텍 수원센터 물류창고에서 담당자들이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을 배송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오디오와 석빙고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연구진은 오디오 스피커와 에어컨의 유사성도 검토하게 됐대요. 소리와 냉기 모두 공기를 통해 전달되죠. 그래서 스피커처럼 미세한 홀(구멍)을 에어컨에 적용하는 방식을 생각했대요. 아주 작은 '마이크로 홀' 13만5000개를 에어컨에 적용해 풍량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성능 30% 수준을 유지하는 최적의 사양을 확정했죠.

흥미롭게도 이는 석빙고(서빙고) 얼음 수 13만4974개와 거의 일치한대요. 삼성은 이런 개발 비화를 소개하며 "13만5000개의 얼음 같은 냉기가 기류감 없는 새로운 차원의 냉방을 구현했다"고 했었죠. 이후로도 기능은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있대요. 현재 삼성의 무풍 에어컨은 최대 27만개의 마이크로홀을 통해 냉기가 나온다고 해요.

무풍 에어컨은 직접 바람이 닿지 않게 하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래요. 초기 제품은 온도 균일도가 97~99%에 달하는 균일냉방 기능을 자랑했고요, 이는 소비전력을 줄여준다고 하네요. 아무튼 '무풍 에어컨'이 판촉을 위한 상품명에서 출발한 것이라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기술과 고민이 있었네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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