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biofuel),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벌써 우리 곁에 많이 다가와 있기도 해요. 현재 주유소에서 파는 경유에도 폐식용유나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바이오 디젤이 3.5% 함유돼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미 그렇게 법(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바이오 연료란 식물·미생물·동물 등의 생물체와 부산물인 음식 쓰레기, 축산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들어낸 연료를 말해요. 사용되는 원료와 공정에 따라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디젤 △바이오 가스 등이 있죠.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분을 발효해 만들어요. 술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죠. 주로 난방용이나 휘발유 첨가제로 쓰여요. 바이오 디젤은 팜이나 콩 같은 기름기 많은 작물이나 폐식용유를 알코올 반응을 통해 연료화해 얻을 수 있고요. 지역난방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 가스는 음식물 쓰레기나 축산폐기물을 발효하면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이용해 만들죠.
운송용으로는 쓰이는 바이오 연료는 바이오 디젤인데요. 디젤(경유)이란 이름이 붙은 만큼 당연히 경유의 성질을 갖고 있죠.
석유제품 가운데 열효율이 가장 뛰어난 게 가장 큰 장점인데요. 하지만 일정 온도 이상 조건에서 착화력(불꽃 없이 불이 붙는 성질)은 뛰어난 반면 온도가 낮으면 불꽃에도 불이 잘 붙지 않고, 쉽게 얼어 붙는(어는점 -17.5℃) 등의 특징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쓰임새에도 한계가 있죠.
그러다보니 요즘 각광 받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가 있는데요. 바로 'HVO'라고 해요. 네 맞아요 이번 '테크따라잡기'의 주인공. 풀어쓰면 '수소화 식물성 오일(Hydro-treated Vegetable Oil)'이에요. 기존 바이오 디젤이 1세대라면, HVO가 2세대라고 하죠.
HVO는 바이오 디젤의 제조 방식(에스테르화)과는 달리 수첨(Hydro-treated) 공법으로 만들어요. 수첨이란 어떤 물질에 수소(H₂)를 첨가하는 화학적 반응이죠. 주로 정유회사에서 많이 활용하는데요. 온도나 압력을 조절하고 촉매를 활용하는 등 방식으로 기존 물질의 분자결합에 수소를 추가함으로써 다른 성질을 갖는 물질을 만드는 거죠.
이를 거치면 식물성 기름으로 바이오 디젤뿐만 아니라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이 뛰어나 항공유로도 쓸 수 있는 '바이오 등유', 또 각종 합성수지(플라스틱)의 원재료인 '바이오 납사(naphtha)'까지 뽑아낼 수 있다고 해요. 콩기름이 마치 원유처럼 활용성이 매우 커지는 것이죠.
지난 2일 바로 이 HVO를 다룬 작지 않은 산업계 뉴스가 있었는데요. LG화학이 충남 대산단지에 2024년까지 HVO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었어요. 단석산업이라는 바이오 디젤 중소기업과의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했는데요. 국내에 HVO 공장이 세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래요.
LG화학에 따르면 HVO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20년 600만톤 규모에서 2025년 3000만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걸로 전망된대요.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친환경 항공유·디젤 사용 의무화 등에 따라서죠.
합작을 하면 LG화학은 HVO를 통해 바이오 SAP(고흡수성수지)·ABS(고부가합성수지)·PVC(폴리염화비닐) 등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네요. 단석산업은 바이오 에너지 분야 제품 포트폴리오를 항공유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 중심의 고부가 제품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하고요.
LG화학은 세계 최대 HVO 기업인 핀란드 에너지기업 네스테(NESTE)사와도 바이오 원료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요. 핀란드는 네스테를 필두로 해 유럽에서도 HVO 선도국가로 꼽히는 나라죠.
국내에서 HVO에 대한 관심은 LG화학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축산기름 제조에서 시작해 바이오디젤 원료 공급업체로 변모한 대경오앤티란 중견업체가 있는데요. 최근에 이 회사가 매물로 나오면서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같은 정유회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와요.
또 애경유화의 경우 작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으면서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 HVO을 꼽기도 했어요. 기존 바이오 디젤 사업에 덧붙여 HVO와 같은 새로운 바이오 에너지 사업으로의 확장 기회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하네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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