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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협착사고 예방…국내첫 'AI 가상펜스' 살펴보니

  • 2022.02.08(화) 10:05

KT, 기아 광주 공장에 최초 시범 적용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 재해예방 활용

기아 오토랜드 광주 물류 하역장에 설치된 드롭리프트. 작업자가 철제 펜스 등을 넘어서 리프트 밑으로 진입하면 협착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구혜린 기자

자율주행 핵심기술이 왜 여기서 나와

지난 7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의 한 물류 하역장. 이곳은 차 조립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엘리베이터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는 드롭 리프트에 싣는 장소다. 

작업자가 설비에 끼이거나 깔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이기도 하다. 작업자가 이 곳에 잘못 진입하면 협착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발판 센서나 철제 안전망을 달아 놓긴 했으나 좌우 측면의 사각지대로 작업자가 진입하면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다.

최근 이곳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든든한 안전망이 도입됐다. 통신기업 KT가 'AI 가상펜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범 설치한 것이다. 라이다(LiDAR)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AI 가상울타리를 통해 리프트 주위에 사람을 감지하고 움직임을 제어한다. 

'라이트'(Light)와 '레이더'(Radar)의 합성어인 라이다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레이저를 발사해 빛이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빛의 강도를 측정해 거리, 방향, 속도, 온도, 물질의 분포 및 농도 등 객체의 각종 특성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KT는 자율주행차에 주로 쓰이는 라이더를 활용해 재해 예방 솔루션을 만들었다. 본래 차량에 쓰이는 라이더 장비는 먼 거리를 내다봐야 하는 탓에 고가의 장비군에 속한다. KT는 공장 내 특정 설비에 대한 감지 기능만을 특화하고 가격을 절감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역장 드롭리프트 내에 작업자가 강제로 진입할 시 'AI 가상펜스'가 이를 인지하고 자동으로 리프트를 정지시킨다. /촬영=구혜린 기자

라이다가 빛을 분석해 객체를 영상화한 이후엔 AI가 실력을 발휘한다. 라이다는 수집한 객체 정보를 3D(3차원) 입체 데이터로 전달한다. AI는 미리 학습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 상황이 작업을 중단킬 만큼 위험한 상황인지' 데이터를 판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명령을 내린다. 

여태운 KT 융합기술원 책임연구원 "카메라에 AI 적용하거나 레이더를 쓸 수도 있었지만, 레이더는 인체 감지가 어렵고 카메라는 가시광선이 내리쬐거나 지하에 설치시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라이다가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며 "현재 10개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라이다가 수집한 정보가 3D 입체 데이터로 구현돼 있다. /사진=구혜린 기자

'1% 사고 확률도 막자'…중대재해법의 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의 막이 오르자 첨단 기술을 적용한 재해 예방 솔루션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완성차 업계처럼 산재 산재사고로 인한 근로자 사망 확률이 높은 업계가 특히 그렇다. 

통신사 KT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해 'AI 가상펜스'를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가상펜스는 기아가 차량부품을 운반하는 시설에 적용돼 1%의 산재 확률을 예방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장 직원들에 따르면 하역장에서 협착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리프트로 정면 진입할 시 각종 센서가 이를 감지해 경고음이 하역장 전체에 울리기 때문이다. 안전규정을 모르는 작업자 이외 제3자가 철제 펜스를 넘어서 강제 진입할 경우에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가상펜스와 같은 첨단 솔루션을 적용한 것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공포'가 큰 탓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을 강도 높게 처벌토록 하는 법령으로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기아는 가상펜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오토랜드 광주 16개 하역장 중 위험도가 높은 11개소에만 가상펜스를 설치한 상태다. 연내까지 나머지 하역장뿐만 아니라 조립라인과 차체 도장라인 등 100개소에 AI 가상펜스를 추가 구축할 방침이다.

KT도 기아와의 협업을 넘어 가상펜스를 정교화·상품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가상펜스를 지게차와 각종 건설 장비, 스크린도어 작업장 등에 도입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카메라 등을 아예 설치할 수 없는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펜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차기 목표다. 

ICT업계에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렸단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되는 임무를 새롭게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솔루션 구축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영역이 됐다"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에 대응하려는 시도가 발생하면서 IT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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