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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호가 될 순 없어'…건설사들 동분서주

  • 2022.01.04(화) 15:48

27일 시행…대형사 CEO "안전" 신신당부
중견·중소 건설사들…'일단 지켜보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막바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안전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CEO들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구성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반면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법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한 곳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 적용 시기가 미뤄진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관망세가 짙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실제 대표들의 책임을 면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자로 안전관리조직 개편을 마친 DL이앤씨를 비롯해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중대재해법 대비 태세를 갖췄다.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공사 현장 / 사진=국토교통부

대형건설사 "물러설 곳 없어"… 안전관리 최우선
중대재해법은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 등의 처벌을 규정한 법이다. 작년 1월26일 제정돼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 등의 처벌을 예고했다.

중대산업재해 발생 비율이 비교적 높은 건설업에서 파장이 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576곳 중 약 60%(339곳)가 건설업 사업장이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조직개편이나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에 있어 작년 말까지 대부분 준비를 마쳤고, 이제는 시행 후 처벌 1호만 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안전전담 부서 설치부터 시작했다. 전담부서를 총괄하는 최고안전보건책임자(이하 CSO)도 선임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모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둬야 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은 각각 지난해 말까지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임원급의 CSO를 선임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일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대형사의 경우 협력업체 관리까지 더해져 부담이 한층 더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신설한 '건설안전연구소'는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장별 안전 전담자를 배치하며, 협력사의 전담자 채용 비용은 직접 부담한다.

DL이앤씨는 작년 '안전체험학교'를 개관하고 협력업체 근로자 및 학생, 지역사회까지 체험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협력사 선정 시 안전보건 평가를 하는 등 역량 있는 업체 선정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자 대형건설사 대표들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주요 대형건설사 CEO들의 신년사는 모두 '안전'이 화두였다. 특히 최근 사망사고 등을 겪은 건설사들은 안전 최우선을 신신당부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9명이 사망한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안전한 환경 구축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신년사에서 "지난해 일어났던 전혀 예기치 못한 뼈아픈 사고를 엄중한 책임감으로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 정항기 대우건설 사장도 신년사에서 "안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대우건설에 안전 최우선 문화가 뿌리내려 더 이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2019년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에 대해 작년 9월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 시스템비계에 설치된 붕괴사고 예방 안전장비 / 사진=DL이앤씨

"중견·중소건설사, 일단 지켜보자 분위기"
분주한 대형사들과 달리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일단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3년 유예돼 2024년 1월부터 처벌 대상이 된다. 그동안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실제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켜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중대재해법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곳들도 부지기수다. 직접 법률자문 등을 구할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건설 관련 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설명회가 유일한 창구다. 이마저도 개별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업계에서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중대재해법을 준비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중견이나 중소기업은 법 내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협회에서 법무법인 등과의 협력을 통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법만 봐서는 잘 모르겠으니 일단 지켜본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면돌파보다 '오너 구속만 피하자'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권민석 IS동서 사장이 작년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어 8월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오너 경영인들이 줄줄이 대표 직함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중대재해법을 피하려는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표이사 변동은 회사 내부 사정일 뿐 중대재해법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든 중견, 중소사든 실제 중대재해법이 어떻게 적용될지 감을 잡지 못하다 보니 일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각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법이 시행되고 나면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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